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까지 호황을 보였던 주택 경기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침체기에 돌입했다. 올해 2분기 국내 신규주택 수주 규모는 9조49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줄어들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국내 신규주택 수주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주택사업이 하향세인 반면, 대형 건설사들은 오히려 주택사업에 올인하고 있어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규모 주택사업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왔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등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내놓으면서 주택사업 물량 감소가 예상되자 지방의 소규모 주택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최근 세미나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일감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권 대규모 단지 중심 주택사업에서 지방 중소규모 단지를 포함한 수주 다변화 전략을 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건설사 중에서는 GS건설이 처음으로 자회사인 자이S&D를 앞세워 중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진출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도 중소규모 정비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긴 했지만 별도의 자회사를 앞세우지는 않았다.  

건설업계에서는 GS건설이 기존 대규모 주택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면서 중소규모 주택시장은 자이S&D를 활용해 수주 공백을 메우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규모 주택사업에는 대형 아파트 브랜드 ‘자이’, 중소규모 주택사업에는 중소형 아파트 브랜드 ‘자이르네’를 사용해 정비사업 전영역을 아우르는 쌍끌이 전략이다. 

자이S&D는 GS건설과 GS건설의 특수관계인이 99.4%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에 자리한 회사다. 지난해 중소규모 주택사업에 진출한데 이어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공모 자금을 활용해 중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 스마트홈 시스템 등 부동산 연계사업,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방침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소규모 주택사업에 뛰어들면서 중소형 건설사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건설사의 사업장이 집중된 지방에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데다가 대형건설사들이 중소규모 주택사업에 진출하면서 일감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100가구 안팎 규모의 서울지역 소규모 정비시장은 2016~2017년만 해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며 “대부분 중소형, 중견 건설사들이 경쟁을 벌였고 대형 건설사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심사위원회는 수익성이 낮은 소형 정비시장에 진출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었다”며 “하지만 수도권 주택사업 물량이 점차 사라지면서 지난해부터 대형건설사들도 소규모 정비사장에 앞다퉈 진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최소 공사 규모 기준이 대폭 낮아지거나 아예 사라졌다”며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건설사들이 소규모 정비시장에 들어오면 중소형 건설사들은 사실상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 건설사들은 인건비 수준이 높아 중소형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비싸다”면서도 “하지만 자회사를 설립하면 인건비 수준을 낮추면서 모회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