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현대제철의 3분기 경영실적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높은 생산원가 부담을 제품가격에 온전히 전가하지 못하면서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그동안 안정적인 실적 창출의 밑바탕이었던 그룹 수직계열화 구축은 이제 실적 부담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29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결기준 3분기 매출액 5조473억원, 영업이익 34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6%, 영업이익은 66.6% 동반 감소한 수치다. 동기간 영업이익률도 1.2%포인트 낮아진 0.7%에 그치며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현대제철은 판재부문에서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연초대비 20% 이상 상승한 반면 자동차강판, 조선용 후판 등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 반영이 난항을 겪으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높은 그룹 의존도가 오히려 독이 됐다. 최근 1~2년 사이 현대기아자동차는 중국발(發) 실적 추락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사 이익 하락을 명분 삼아 2017년 하반기부터 단 한번도 자동차강판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현대제철의 자동차향 철강재 생산량은 연간 500만톤을 웃돌고 있는데 이 가운데 약 90%를 현대기아자동차에 공급하고 있다. 결국 현대기아자동차의 실적 추락은 의존도가 높았던 현대제철에 고스란히 직격탄이 되고 있다.

함영철 현대제철 영업본부장은 “자동차강판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2분기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최근 원료가격이 하향하고 있지만 1~2개월 가량의 보유재고를 고려할 때 연말까지도 고점에서 매수한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하반기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을 적극 요구하고 있지만 원하는 수준만큼 인상을 관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그나마 현대제철 실적을 지탱하던 봉형강 부문도 건설시황 둔화로 판매 감소와 단가 하락이 겹치면서 실적 부담을 심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철근 주력 수요처인 국내 아파트 건축은 2017년 57만호에서 올해 28만호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제철은 내년 1분기까지는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제철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타계하기 위해 원가경쟁력 확보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방침이다. 지난 3분기 원료 배합비 최적화 등 저원가 조업능력 강화, 설비 효율 향상, 경상예산 긴축운영 등으로 1457억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또 자동차강판 그룹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외부판매 확대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제철의 올 3분기 외부 자동차강판 누적 판매량은 52만3000톤으로 연말 74만톤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올해 목표였던 80만톤 판매에는 못 미치는 수치지만 전년대비로는 10% 이상 늘어났다. 현대제철은 내년에는 자동차강판 외부 판매량을 100만톤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사업 부진이 심화되고 있고 원자재 가격 상승분에 대한 제품가격 반영도 여의치 않아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제품 기술력과 극한의 원가절감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