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갑질 및 막말 파문을 일으킨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사퇴 대신 더욱 낮은 자세로 잔여임기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권용원 회장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숙고 끝에 협회장으로서 남은 임기를 계속 수행하기로 결정했다”며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이사회에서 자신의 사퇴를 만류했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는 권고와 함께 다시는 이와 같은 사태가 반복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당부를 동시에 받았다”며 “이사회는 제가 지금 물러나는 것은 금융투자협회에 경영 공백을 불어오기 때문에 임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선택이라는 의견을 내놨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앞으로 더욱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금융투자시장의 발전이라는 협회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다면 모든 열과 성을 다해보겠다”며 “저는 비판하시되 금융투자산업의 발전을 위한 관심은 계속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이번 사태가 불거진 배경으로 꼽히는 조직 내 갈등과 문제점들과 관련해 “협회 내부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겠으며 12월말까지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직원들의 근로시간 및 여건 개선에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권 회장은 최근 불거진 막말 및 갑질 논란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는 “관련 법에 저촉이 된다면 처벌을 감수하겠으며 달게 받겠다”고 답했다.

권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마치며 “협회에서 정말 건실하게 일밖에 모르고 열심히 하는 직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 같아서 죄송하다”며 “다신 한번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권 회장은 협회 직원들을 대상으로 말한 녹취록이 18일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녹취록에 따르면 권 회장은 운전기사에게 “오늘 새벽3시까지 술 먹으니까 각오하고 오라”고 말했다. 운전기사는 이에 “오늘 아이 생일”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권 회장은 “미리 얘기를 해야지 바보같이, 그러니까 당신이 인정을 못 받잖아”라고 해당 직원을 구박했다. 회사 임직원과 술자리에서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발언을 했고 홍보담당 직원에게는 “잘못되면, 죽여 패버려. 니가 기자애들 쥐어 패버려”라고 말하기도 했다.

파문이 불거지자 권 회장은 21일 사과문을 발표하며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관계되는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의 의견과 뜻을 구해 거취 문제를 논의하고 그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 회장의 사과문 발표에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24일 권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하며 권 회장 거취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사무금융노조는 성명문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지금 즉시 금융투자협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권 회장이 즉시 사퇴하지 않을 경우 모든 법적 수단과 권 회장 퇴진을 위한 금융노동자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오전 강남 모 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권 회장의 거취를 논의했다. 이사회에서는 권 회장의 실수가 평소 언행이 아니라 ‘주사’에 가까워 협회장에서 물러나기에는 죄의 경중이 맞지 않고 권 회장이 사퇴할 경우 차기 선거 등으로 금융투자업계에 더 큰 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했다고 전해진다. 권 회장의 임기는 2021년 2월3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