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오리온이 ‘제주용암수’에 들인 초기투자비 700억원을 건질 수 있을까. 업계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사업 시작 전부터 제주용암수의 경영 전략이 뒤틀렸고, 이에 따라 온전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까닭이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난해 말까지 오리온제주용암수(제주용암수)에 총 769억원을 투자했다. 2016년 법인설립 당시 처음으로 79억원을 출자했고 2018년에 228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지난해에는 제주용암수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462억원을 투자했다. 수원지에 관정을 뚫는 설비 구축에 수백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초기 투자를 지원한 성격이 강하다.
문제는 대규모 투자를 벌여놓은 가운데, 제주용암수의 사업 초기 판매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청에 따르면 최근 제주용암수의 일평균 생산량은 10톤 안팎으로 일일 최대치(300톤)의 3%에 그치는 상황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제주용암수를 국내외 시장에 제한없이 팔고자 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제주용암수를 마트 등 국내 오프라인 판매는 불허하고 국내 온라인시장과 해외에만 팔 수 있게 했다. 결국 거대 유통채널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출시 초기 인지도 제고에 애를 먹었고 그 결과 판매부진에 빠진 것이다. 제주도는 이미 최대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국내 마트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오리온의 제안을 거절한 상태여서 향후에도 제주용암수의 국내 오프라인 판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업계는 제주용암수가 판매부진 여파로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생수는 업체 간 경쟁심화로 저마진이 사업으로 분류된다. 이익을 내려면 대규모 생산·판매가 이뤄져야 하는데, 제주용암수의 현재 생산량은 손익분기를 맞추기에 턱없이 적은 상황이다.
실례로 농심의 ‘백산수’는 2012년 출시 이후 현재 국내 생수시장 3위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백산수 생산법인인 연변농심광천음료는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냈을 만큼 수익성 개선에 애를 먹었다.
제주용암수가 부진에 빠진 만큼 오리온홀딩스의 투자비 회수 여부도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용암수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배당이나 유상감자를 실행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용암수가 적자를 낼 경우 이 회사 지분 94.56%를 쥔 오리온홀딩스는 지분법손실을 인식해 당기순이익이 줄어드는 타격도 입게 된다.
제주용암수는 향후 해외 판매에 주력해 국내시장에서의 부진을 상쇄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판매용은 취수량에 제한이 없는 만큼 최대 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실적을 내겠단 것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제주용암수의 메인 타깃은 중국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실적이 중요할 것”이라면서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긴 하지만 판매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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