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키움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원유(WTI) 가격의 마이너스(-)값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쳤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새벽 4시께 키움증권 HTS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마이너스대로 떨어지면서 관련 선물 종목인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의 거래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유선물 투자자들은 HTS상 매매중단으로 월물교체(롤오버)를 하지 못했고, 유가 하락에도 매도를 하지 못하면서 손실을 키웠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 충격으로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선물 거래 만기일이 겹쳐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탓이다. 20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전례없는 마이너스 가격대를 나타냈다.
키움증권은 HTS 시스템 환경을 개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9일, 13일, 27일, 30일에도 서버 오류가 발생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앞서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실제로 지난 15일 마이너스 호가와 가격 주문을 해놓도록 안내했다. 이들은 “즉각적으로 이러한 마이너스 가격 등에 대비해 시스템 환경을 테스트하라”고 조언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3월부터 사설 거래로 종종 마이너스대 거래가 형성되기도 했다”면서 “이러한 분위기에서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도 조심하는 차원에서 대비하라고 안내가 있었는데 국내 증권사들이 유가 하락으로 인한 가격 괴리율 상승에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HTS상에서 선물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던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은 이와 같은 사태를 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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