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한양대학교 서울병원과 구리병원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형 병원의 리베이트 의혹은 간간히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대학병원내 성형외과에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성형외과는 치료목적의 시·수술이 많아 리베이트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업계에 퍼져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M사로부터 수백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양대병원과 구리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사무실, 전공의 휴식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수사는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양대 성형외과 교수 3명과 M사 직원 1명 등을 입건한 상태다.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리베이트 혐의가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선 대학병원은 일반 병원과 달리 이해관계자가 많아 불법 리베이트를 받기 힘든 구조다. 성형외과 특성상 리베이트 필요성이 높지 않은 분야기도 하다. 비급여항목의 의약품이나 의료기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학병원내 성형외과는 미용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의 시·수술이 많아 불법 리베이트 대상 품목도 극히 제한적이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M사 역시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 제조업체로 편의를 제공한 금액 자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당히 오랜 기간 친분 관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소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했을 가능성은 열려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리베이트 규모는 수 백 만원 수준인 것으로 안다”며 “성형외과는 다른 진료과목보다 비급여가 많아 리베이트가 필요하지 않고, 특히 대학병원 성형외과에선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품목이 몇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 수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명확치 않지만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리베이트 사건과 마찬가지로 동료의 제보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내 교수간 알력싸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의료업계는 위계질서 문화가 강하고 동료의식도 철저한 편이다. 대학병원을 그만 두더라도 다른 대형병원이나 개인병원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업계 평판이 중요하다. 하지만 은원관계가 발생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학병원내 교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서열다툼 등의 파워게임이 대표적이다. 한양대병원 성형외과에서도 과거 교수들간에 파워게임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본 교수가 병원을 그만둔 사례가 있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사건은 보통 내부 관계자들의 제보로 이뤄진다"며 "병원 현황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전현직 교수의 제보로 수사가 시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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