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세진 기자] 코로나19로 호텔업 전체가 침체된 가운데 식음료(F&B) 매장의 선방이 작은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명품, 럭셔리 문화 향유를 과시하는 이른바 ‘플렉스(FLEX)'가 유행하면서 특급 호텔의 F&B 방문도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외국인 투숙객을 잃은 호텔들은 식음료 패키지 개발로 국내 고객들을 타깃으로 한 객실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요즘 호텔업계의 새로운 화두는 플렉스다. 주로 귀중품 소비에 쏠려있던 플렉스 문화가 최근 들어 특급호텔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플렉스는 ‘돈 자랑을 하다’는 뜻의 신조어로 2030세대가 SNS에서 명품, 차 등 고가상품을 구매하거나 값비싼 식당 등을 이용하는 것을 인증하고 과시하는 하나의 문화를 일컫는다.

이들은 5성급 호텔 객실에 투숙하거나 미슐랭 스타를 보유한 값비싼 호텔 F&B를 이용하고 SNS에 인증샷을 남긴다. 일례로 신세계조선호텔의 일식 전문 레스토랑 ‘스시조’에서 2인 기준 30만원이 훌쩍 넘는 ‘스시 런치 오마카세’를 시키거나, 제주 신라호텔의 풀사이드바에 앉아 4만3000원짜리 ‘전복 한우 차돌박이 짬뽕’을 먹으며 사진을 찍어 올리는 식이다.

플렉스 문화에 대해선 사치를 부추기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은 호텔업계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외국인 투숙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특급호텔은 올 1분기에만 호텔신라와 신세계호텔이 각각 178억원과 148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영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유급휴직, 주4일제 도입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F&B 매장의 활기가 위안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스시조, 나인스게이트 등 SNS에 화제 명소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조선호텔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던 F&B 매출 비중이 최근 50%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상황에서도 주말엔 예약이 가득 차는 등 예상밖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호텔롯데의 전체 매출(면세점 포함)에서 식음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분기 2.74%에서 올 1분기 3.04%로 0.3%포인트 상승했다. 호텔신라는 기존 5:5 정도이던 객실과 식음료 매출 비중이 코로나19 이후 4:6 수준으로 변화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업은 기본적으로 숙박업이 메인인 만큼 객실 매출이 받쳐주지 않으면 지탱할 수 없는 사업”이라면서 “코로나19로 전체 매출이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그나마 F&B 식당들이 젊은 세대의 SNS 명소로 알려지면서 최근 선방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급호텔들은 이 같은 소비 트렌드를 이용한 패키지 상품 출시로 국내 여행객 모시기에 속속 나서고 있다. 휴가가 집중된 올 7~8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식음료 서비스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숙박 패키지로 객실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투숙객에게 시그니처 수박 빙수와 서머 칵테일을 제공하는 패키지를 내놨다. 제주신라호텔은 2030세대를 겨냥해 2박 투숙시 선셋요트 체험, 3박 투숙시 시그니처 애플망고빙수를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이밖에 JW메리어트 호텔, 쉐라톤 호텔, 반얀트리 등에서도 여름 스페셜 빙수 프로모션을 선보이며 F&B 매장 힘주기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 투숙을 고려할 때 F&B의 시그니처 메뉴와 차별화한 서비스가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올해 특급호텔들은 식음료와 객실 서비스를 결합한 호캉스 고객 모시기에 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