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희귀 난치병으로 분류된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진단과 치료법이 개발됐다.

경희대학교 경락의학과 이병희·원지윤 박사 연구팀은 18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맞춤형 진단과 치료법이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2007년부터 축적된 임상자료를 기초로 환자 총 67명 대상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2개 증상과 5가지 병리적 패턴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고,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한의학적 진단 프로토콜과 치료 알고리즘을 도출해냈다. 이 같은 성과는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 해외 학술지 중 하나인 '유럽통합의학회' 6월호에 게재됐다.

'한걸음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병희 원장은 지난 2007년부터 진행한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치료 사례와 경험을 근거로 알고리즘을 정리했다. 두 질병은 단순한 장질환이 아니라 전신적인 면역계가 관련된 질환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이를 한의학적으로 분류,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치료 프로토콜을 제시했다.

연구 대상 환자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 40명, 크론병 환자는 27명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30.8세, 평균적으로 4.6년 이상 질병을 앓고 있는 상태였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심한 복통과 설사를 호소했다.

이 박사는 "환자들은 한의약 치료 후 최초 3개월 내에 증상이 50% 이상 경감됐다"며 "치료 종료 땐 임상적 관해(완화)에 도달했다. 3명만 증상이 소실된 이후에도 양약을 계속 복용했을 뿐 다른 환자들은 모두 양약 사용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의 1차 목표는 관해다. 최종 목표는 관해에 도달한 상태를 가능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이 드러내는 특징적인 증상은 ▲대장기능저하형 ▲호흡기형 ▲수습정체형 ▲소화불량형 ▲복냉형 등 5가지 패턴으로 나뉜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보다 여러 가지 단계로 세분화할 수 있었던 셈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증상 차이에 따른 분류를 바탕으로 그 패턴에 따라 치료하는 약이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도 파악하는 등 치료 알고리즘까지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런 알고리즘 제시는 개인 맞춤형 의학이라고 할 수 있는 접근법"이라며 "난치병으로 알려진 두 병 치료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소장이나 대장 등 장에 원인 모를 염증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서양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졌으나, 우리나라에서도 식생활 등이 서구화되면서 국내 발생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크론병의 경우, 소장 혹은 대장에 염증이 발생하면서 복통과 설사, 체중 감소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대장에만 염증이 발생하며 혈변과 설사, 복통 등이 주요 증상이다. 주로 20~30대 젊은 연령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난치 질환이다. 서양 의학에서는 스테로이드나 면역 억제제와 같은 대증치료법 위주로 대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