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E1이 대규모 풋옵션 청구 부담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2018년 발행했던 사모 교환사채(EB)의 조기상환일이 다가온 가운데 대부분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청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발행 당시 할증까지 했던 상품이지만 주가가 반토막나면서 전환 가치가 사라진 탓이다.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자금조달 필요성도 제기된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1이 2017년 발행한 755억원 규모의 사모 EB과 관련해 89.9%의 투자자가 풋옵션을 청구했다. E1은 오는 31일 조기상환일을 앞두고 있다. 청구기간이 남아있어 투자자 전원이 조기상환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E1은 지난 2017년 7월 자사주 107만8249주(15.7%)를 기초자산으로 755억원 규모의 EB를 찍었다. 교환 가격은 7만원으로 공시일 기준일 종가보다 12.9%가 할증된 금액으로 발행됐다. 별도의 전환가액 조정(리픽싱)도 없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3만4700원으로 교환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자사주로 교환해 얻을 이익이 없다보니 89.9%(6일 기준)의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청구한 상태다.

E1은 자기주식을 대상으로 EB를 발행하면서 자사주 107만주 가량을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EB를 발행하면 기업은 보유한 자사주를 효과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 자사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하면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매물로 내놔야 하고, 일시적으로 주식이 시장에 쏟아지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EB를 통해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교환해가면 교환 시점에 따라 주식 매도 타이밍도 분산되며 할인하지 않은 가격으로 자사주를 정리할 수 있다.

E1의 EB는 의무보호예수 기간이 없어 투자자들은 상장 후 언제든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발행 이후 2018년 6월을 제외하고는 주가가 7만원을 넘기지 못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조기상환청구는 올해부터 가능해졌다.

해당 EB에 대해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청구하면서 E1은 다시 부채 상환의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자사주도 처분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앞서 E1은 지난달 18일 공모 회사채로 1200억원을 조달했다.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요구를 미리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총 1200억원 중 교환사채 조기상환을 위해 조달한 자금은 200억원이다. 

E1은 2018년 영업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신용등급도 AA-등급에서 A+급으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에는 LPG 도입가격이 하락하고 석유화학용 수요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이 6.5%로 2018년 0.2% 대비 개선됐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현금창출력 대비 재무레버리지 부담이 다소 높은 수준"이라며 "2020년 들어서는 운전자본부담이 확대되면서 1분기말 순차입금이 2019년 말 대비 약 900 억원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규모 조기상환 요청에 대비해 또 다른 사채 발행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조기상환 요청에 대비해 대부분 자금을 마련해 놓았고 현금 유동성도 여력이 있는 만큼 당장 추가적 사채 발행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 1분기 기준 E1의 현금성자산이 1900억원(연결기준)을 넘어서고 있어 상환에 무리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현금흐름이 부진에 빠진만큼 회사내 현금유동성을 고스란히 상환에 활용하는 것은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