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
'D-6' 짙어지는 인수 무산 먹구름
계약 해지 '최후통첩' 시한 임박…책임전가로 '진흙탕 싸움'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꼬일 대로 꼬였다. '규모의 경제'를 선언하며 야심차게 시작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은 딜(Deal) 진행 6개월 만에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며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양측은 딜의 진척을 위한 협의보다 파기에 대비한 책임전가에 주력하고 있어 장기간 파열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 성사여부는 오는 15일 결정된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앞서 지난 1일 원매자인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을 포함한 선결조건을 10영업일 안에 이행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 3월부터 셧다운(운항중단)에 돌입했고, 올해 1분기 약 410억원의 순손실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지급여력이 없는 이스타항공의 처지를 고려할 때 사실상의 '딜 파기' 선언이었다. 


최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더 드러냈다. 제주항공은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체불임금 ▲조업료와 운영비 등 연체한 각종 미지급금의 규모가 1700억원에 달한다며, 딜이 현재 상황대로 마무리될 경우 향후 제주항공의 부담만 커진다고 밝혔다. 


이미 양사 실무진간 대면협상은 지난 5월 초부터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딜의 진척을 위해 고심해야 할 양측은 딜 파기에 대비한 책임전가에 급급한 모습만을 드러내고 있다. 제주항공의 계약 해지 가능이 담긴 공문 발송 이후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공개한 양사 경영진간 간담회 회의록과 통화 녹취록 등이 불씨가 됐다.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인력 구조조정이 제주항공의 강요로 이뤄졌다는 게 이스타항공 노조가 공개한 자료들의 주된 내용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항공업황이 급변하면서 인수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된 제주항공이 적극적으로 협상테이블로 나오지 않자 이스타항공 측은 노조가 앞장서 제주항공을 수세로 몰아넣었다. 해당 논란에 여론이 악화되자 제주항공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부터 이스타항공 내부적으로 준비된 사안"이라고 반박한 상황이다.   


현재 양측이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셧다운과 구조조정 강요 논란을 포함해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미해결, 약 250억원의 체불임금이다. 기업결함심사는 마지막 베트남까지 마무리되면서 국내외 결합심사는 모두 완료됐다.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과 관련해 제주항공은 주요 선결조건인 이 문제가 해결됐다는 증빙을 이스타항공으로부터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스타항공은 리스사가 합의한 문건을 자사는 물론 제주항공에도 이메일로 발송됐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약 250억원의 체불임금 해결에 대해서는 간극이 더 벌어진다. 제주항공은 체불임금을 떠안을 수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한 가운데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지분 헌납과 연관지을 사항도 아니라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홀딩스 보유 지분에는 제주항공이 지불한 계약금과 대여금 225억원에 대한 근질권이 이미 설정돼 이스타 측이 제주항공과 상의 없이 지분 헌납을 발표할 권리는 없다"며 "지분 헌납에 따라 이스타항공에 추가적으로 귀속되는 금액은 80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근질권 당사자인 제주항공과 얼마든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계약내용 변경을 통해 조정하면 150억∼200억원의 자금을 임금체불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첨예한 공방 속에 양측은 딜 파기 상황을 대비한 책임전가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7일 이스타항공 인수 관련 공식입장문을 내고 처음으로 '동반부실 우려'라는 표현을 추가하는 한편, 이스타항공이 선결조건 이행에 성실히 임하지 않아 딜에 진척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스타항공은 셧다운·구조조정·체불임금 부담 주체 등과 관련해 제주항공에 책임이 있다는 명백한 근거가 있지만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현 상황에서 협상재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속에 최악의 상황(딜 무산)을 대비한 입장을 연거푸 발표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지난해 말 맺은 뒤 올해 3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제주항공은 이행보증금 약 115억원을 제외한 잔금 약 430억원을 4월말까지 납입할 예정이었지만, '주식매매계약서에 의거해 미충족된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돼 상호합의하는 시점으로 변경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극적으로 딜이 성사된다고 해도 진통이 예상된다. 이미 제주항공 내부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스스로 매각을 포기하길 바란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등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거부감이 확대되고 있다. 


양측간 틀어진 감정의 골도 수습하기엔 너무 깊게 파인 상황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8일 오후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7차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제주항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이스타항공을 회생불가능 상태로 몰아넣고, 체불임금 해결 등을 이유로 사실상 인수거부를 선언한 제주항공의 악질적 행태를 규탄한다"라며 "15일을 전후로 사태의 해결을 위한 범시민사회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의 중재 등으로 양측이 극적으로 딜 성사를 이끈다고해도 대립했던 각종 문제들을 수습하고, 내부적으로 단합을 이루는 과정에서 재차 파열음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라며 "상당기간 진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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