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경동제약이 6년 만에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류기성(38) 부회장의 증여세 납부 재원 마련이 시급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동제약은 일반주 2655만주 중 자기주식 305만7246주를 제외한 총 2349만2754주에 대해 주당 100원을 지급하는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배당총액은 23억4927만5400원에 달한다.
경동제약이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는 지난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불투명한 와중에 올해 제약업계 첫 중간배당을 결정한 터라 시선이 쏠린다.
제약업계에선 지난해 이뤄진 오너 일가 경영권 승계를 주목하고 있다. 중간배당이 류기성 부회장의 증여세 재원 마련용이란 해석이다.
류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부친 류덕희 회장으로부터 약 157억원에 해당하는 지분 7.16%(190만주)를 받았다. 기존 보유분과 합쳐 지분율이 13.94%(370만주)로 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경동제약 주가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8000원 안팎을 유지하는 등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편이었다. 증여세 기산일이 증여 결정 앞뒤로 2개월씩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9월이 결과적으로 증여에 가장 적절한 시기였던 셈이다. 류 부회장은 증여세 연부연납을 위해 신고 납부 마감기한인 작년 말 자신의 주식 56만주를 공탁했다.
통상 상속세율은 50%이다. 특히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선 30% 할증이 붙어 최고 65%까지 높아진다. 이를 고려한다면 류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 예상액은 100억원 수준이다. 5년 분할 납부를 감안한다면 매년 20억원 수준을 부담해야 한다.
류 부회장은 연초 기말배당으로 14억8000만원, 이번 중간배당으로 3억7000만원을 확보했다.
경동제약은 배당을 꾸준하게 주는 편에 속한다. 연초 기말배당은 주당 400원으로 배당률이 5.1%였다. 이번 중간배당을 단순 합산할 경우 수익률은 6.1%로 삼성전자 우선주 배당률(3.5%)를 웃도는 수준이다.
경동제약은 2016년 3.7%, 2017년 3.6%, 2018년 2.6% 등 지난해(5.1%)를 제외하고 최근 5년간 기말배당률이 5%를 초과한 적이 없다. 중간배당을 할 때도 기말배당까지 합쳐 4~5% 사이였다. 지난해부터 주가가 떨어지다보니 오너가 입장에선 증여는 물론 배당률 끌어올리기에도 좋은 상황을 맞았다.
경동제약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42억원이며, 2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2분기 이익이 직전 분기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영업이익의 25% 가량을 이번 중간배당으로 쓴다는 뜻이 된다. 다만 경동제약은 이익잉여금이 2126억원으로, 당분간 고배당 기조를 유지해도 큰 타격 입지 않을 만큼 넉넉한 편이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2014년까지 주당 100~200원 시행하던 중간배당을 중단하는 대신 그동안 기말배당을 늘렸다"고 해명했다. 중간배당 재개가 대주주의 증여세 재원 건과 연관성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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