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오너 '임금반납' 선언, 공허한 메아리
임금인상·승진 덕에 반기수령액 수억~수십억↑…회사 유동성 확보효과 '글쎄'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50%,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50%, 박용만·정원·지원 두산그룹 오너일가 30%,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20%…."


올 4월 국내 경제계를 이끄는 거목들이 임금 삭감을 잇달아 선언했다. 짧게는 석 달부터 길게는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무기한 임금 감축 계획을 외부에 공식화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기업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오너 경영인들이 고통분담에 나선 것이다. 임금 삭감 폭도 20~50% 등 쉽사리 결정내리기 어려운 규모다. 


뚜껑을 열어보니 당초 발표했던 금액보다 더 많은 수준을 회사에 반납한 오너들도 있었고, 약속했던 금액을 덜 받고도 실질 임금은 작년보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더 챙긴 사례도 나왔다. 올해 연봉이 큰 폭으로 인상된 영향이다. 후자의 경우엔 용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체감하는 유동성 확보 효과는 크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 조원태 회장, 반기보수 전년比 119% 올라



인물별로 살펴보면 정의선 부회장과 조원태 회장이 후자에 속한다. 정 부회장은 올 상반기 현대차에서 15억7500만원(+12.42%), 현대모비스에서 6억800만원(+1.50%) 등 총 21억8300만원을 임금으로 수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두 회사 받았던 금액(20억원)보다 9.15% 늘어난 수치다. 


지난 4월부터 계열사에서 받는 월급의 20%를 자진반납하고 있지만 올해 책정된 현대차 법인 기준 연봉이 작년대비 큰 폭으로 뛰어 오른 영향이다. 상여금을 제외한 정 부회장의 올해 순수 연봉은 전년(25억원) 대비 40.0% 늘은 35억원이다. 이 셈법대로라면 정 부회장이 상반기 수령해야하는 금액은 17억5000만원 가량이지만, 4월부터 3개월간 20% 삭감이 적용되면서 누적 금액 기준으로 총 15억7500만원을 받았다. 다소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은 회사 위기상황 속에서 임금반납을 결정하고도 작년에 받았던 보수보다 12.42% 많은 금액을 챙겼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에서 받은 임금 역시 4월부터 20%씩 임금을 적게 받고 있지만 올해 연봉 인상이 이뤄지면서 결과적으로 작년대비 1.50% 높은 임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등기임원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수령액 5억원 미만이라 공시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우엔 반기 임금이 13억원 가량 줄었다. 두 회사에서 수령한 반기임금 총액은 작년 대비 35.03% 줄은 24억3000만원이다. 하지만 이는 임금 20% 삭감보다 작년 말을 끝으로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에서 내려온 영향이 크게 반영된 결과다. 


정 회장이 직을 내려놓으면서 임금이 줄었다면, 조원태 회장의 경우는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연봉이 뻥튀기 된 케이스다. 그 덕에 회사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월급여의 50% 반납을 선언하고도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반기 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 회장은 올 1월부터 6월까지 대한항공(8억600만원)과 한진칼(5억1700만원) 두 회사로부터 총 13억8300만원을 급여로 받았다. 


작년의 경우 공시 기준인 '5억원 이상'에 해당하지 않아 미공개다. 하지만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두 회사에 수령한 연봉총액은 18억9300만원이다. 이중 3분의 1(약 6억3100만원)만 상반기에 받았다고 가정하면 올 반기 수령액은 작년대비 119.18% 오른 수준이다. 조 회장은 작년 4월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 신동빈, 지주 수령액 65% 늘고…호텔·쇼핑 등 월급 절반 이상 줄고


신동빈 롯데 회장 또한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간 월급을 절반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신 회장은 주요 계열사 전반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각각의 법인에서 월급을 받고 있다. 


총액만 놓고 보면 신 회장은 작년보다 25억원(약 28.34%) 가량 줄은 62억800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눈에 띄는 점은 월급 절반 삭감 선언에도 불구하고 롯데지주로부터 수령한 임금(17억6700만원)이 작년보다 64.83% 늘었다는 사실이다. 같은 기간 롯데지주 상여금 또한 2억5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119.51% 확대됐다. 


구체적인 연봉 확대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지주사 행위 제한 요건 해소를 위한 금융사 매각, 주요 계열사 합병과 지주의 케미칼 지분 매입 등의 성과가 인정되면서 연봉이 큰 폭으로 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반토막 난 영업이익(별도기준)을 낸 롯데케미칼에서 받은 반기 보수가 작년과 동일한 금액(17억5000만원)으로 유지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두 회사를 제외하면 코로나19 영향권에 가장 크게 노출된 호텔롯데(-70.13%), 롯데쇼핑(-53.62%), 롯데칠성(-33.33%) 등의 급여 수준은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5억원을 받았던 롯데건설은 미공시 기준으로 돌아섰다. 


4월 시작된 재계의 릴레이 임금 반납 행렬의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는 두산이다. 


당초 두산은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해 그룹 전계열사 임원진이 급여의 30%를, 두산중공업의 부사장 이상 임원은 50%를 반납하겠다고 공표했다. 종료시점은 정해두지 않았다. 올 반기 보수를 살펴본 결과, 두산 오너일가의 경우 당초 약속했던 금액을 크게 뛰어 넘은 수준으로 임금을 자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박정원 두산 회장은 올 상반기 작년보다 52.25% 줄어든 8억7000만원을 수령했다. 이중 1분기에 정상적으로 수령한 금액은 6억3800만원, 2분기엔 63.64% 줄인 2억3200만원만 받아 갔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급여 수령 폭을 더욱 낮췄다. 1분기 동안엔 5억6000만원을 받고, 2분기엔 1억4200만원만 받았다. 정상 임금의 4분의1 수준만 받은 셈이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의 임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보수 수준이 5억원 미만으로 내려가면서 공시의무를 지게 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박지원 회장의 지난해 반기 임금은 7억7000만원이다. 올해 연봉이 작년과 같고 2분기엔 월급의 절반만 받았을 경우 올 반기 약 4억4900만원의 보수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사촌들이 당초 공언했던 비중보다 큰 폭으로 임금삭감을 결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지원 회장 역시 연금반납 폭을 50% 이상으로 설정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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