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끼고 있는' 벤처캐피탈
넘쳐나는 유동성에 '오만한' 심사역···또다른 금융위기 '전주곡' 주의해야

[팍스넷뉴스 박제언 IB팀장] 2016년 개봉한 '빅쇼트'(The Big Short)는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보여주는 영화다. 2000년초반 악화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펼친 미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 이에 따른 무분별한 대출과 부동산 투기는 저금리 정책의 종료와 함께 금융회사의 도산으로 이어진다. 영화의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는 "주택시장을 지탱하는 것은 부실채권이며 폭탄 돌리기"라고 말한다.


금융위기의 후유증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많은 국가가 경기 둔화에 따른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설상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확산되며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의 터널에 진입한 상황이다. 대다수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 자칫 실업자가 늘어 경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위기다.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정부는 본예산과 별도의 추경예산까지 집행하고 있다. 올해 결정된 네 차례 추경예산만 67조원 규모다.


풍부해진 유동성의 혜택을 받는 곳도 있다. 나락으로 떨어진 실물경제와 다른 상황이 연출되는 곳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자금을 위탁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은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유관기관들의 출자사업에 제안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경예산 등을 집행하기 위해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연달아 출자계획을 꺼내놓는 영향이다. 그만큼 벤처캐피탈로 돈이 몰리고 있고 직업에 대한 위상도 상승했다. 


2000년대 초반 '1등 신랑감'이었던 증권사 펀드매니저에 버금가는 연봉을 받는 직업이 벤처캐피탈 심사역(벤처캐피탈리스트)이다. 흔치않긴 하지만 잘 운용한 벤처펀드의 성과보수로 수십억원을 챙기는 심사역도 종종 나온다. 외환위기 직전·후로 많은 취업준비생들은 증권사 취직, 즉 '증권맨'을 꿈꿨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증권맨들이 벤처캐피탈 취직을 꿈꿀 정도다. 요즘같은 경기에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매력때문일까. 어쩌면 벤처캐피탈업에도 점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시그널'일 수도 있다. 


어느 벤처캐피탈 대표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너무 높아진 벤처기업의 가치(밸류에이션)때문에 투자 환경이 악화됐다고 말이다. 기업가치가 올라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젊은 심사역들의 호기도 한 몫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들은 40대 이상 나이가 많은 심사역보다 산업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있다는 확신에 때로는 무리한 투자도 집행한다. 경영진이지만 큰 잘못이 없는 한 투자를 막을 수도 없다고 한다. '모시기' 힘든 젊은 심사역이 투자를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이직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산업이 활성화되는 데는 약간의 거품이 필요하다. 그 거품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사람이 몰려야 시장이 형성되는 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탈 시장을 만드는 약간의 거품이 오만한 심사역이면 안된다. 시장을 무너뜨리는 폭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 빅쇼트는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명언으로 시작된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에 거품이 끼고 있다면 또다른 금융위기의 전주곡일지 모르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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