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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 '수제맥주' 탈 벗어라
최홍기 기자
2021.05.25 08:01:27
반(反) 천편일률 이미지 퇴색…당당한 맥주 4위 업체 성장 기대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4일 08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퇴근길이었다. 귀가하던 도중 바닥에 떨어진 5만원 지폐를 무심코 집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것도 잠시, 그 5만원 지폐는 주머니 속으로 게눈 감추듯 사라졌고, 오늘은 소소한 행운의 날이라 자화자찬했다. 이윽고 스승의날 기념 은사님을 위해 샀던 선물을 그 자리에 깜박하고 둔 것을 알아차린 때는 집에 도착한 뒤였다.


'견리망의'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익을 위해 도의를 잊어버린다는 뜻으로 당장의 이익만 쫓는 인간성을 지적한다. 여기에는 아마도 정의나 의리 등을 지키지 않으면 추후 반드시 화를 입을 것이란 의미도 담겨있을 터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제주맥주의 사례와도 겹쳐보인다. 제주맥주는 수제맥주 제조, 수입 및 유통업 등이 주된 영업인 업체다. 지난 2015년 제주도 지역 특색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2017년에는 제주 감귤 껍질을 첨가한 밀맥주 '제주위트에일'과 '제주펠롱에일', '제주슬라이스' 등을 시장에 잇따라 선보였다.


사실 제주맥주는 초반 제주지역 등 수제맥주 마니아들에게만 알려진 마이너 맥주업체였다. 애당초 수제맥주 자체에 대한 수익성도 좋지 않았다. 수제맥주 가격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었다보니 제대로 된 운영도 힘들었다. 정부가 맥주의 원가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체계를 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소품종을 대량생산하는 대기업에 비해, 다품종을 소규모로 생산하는 수제맥주의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러던 정부는 지난해부터 생산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하기에 이른다. 수입맥주와의 경쟁을 공정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수제맥주업체들은 고급 맥주를 만들어도 이전보다 최소 1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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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제주맥주에도 큰 호재로 작용됐다. 2017년 크래프트 맥주(수제맥주) 시장에서 5.1%의 점유율을 기록하더니 지난해 28.4%까지 치솟았다. 매출액 역시 급격하게 성장해 2017년부터 연평균 147.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홈술트렌드 붐을 타고 335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때가 됐다고 생각했을까. 제주맥주는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 상장을 천명했다. 지난 13~14일 진행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 1748.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만 5조8476억원이 몰렸다. 고무된 분위기 탓인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 맥주 3사에 이어 4위 맥주회사에 올라서겠다는 포부까지 드러냈다.


일찍이 공격적인 생산라인 확장에도 나선 상태다. 올해들어 롯데칠성음료 충주공장에서 자사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주맥주가 추정한 올해 생산량은 693만 리터다. 기존 제주 소재 양조장 생산량(1237만 리터)의 절반 수준이다. 사측은 해당 생산량을 오는 2023년 2749만리터까지 늘리면서 자체생산량과 2배 가까이 격차를 두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타 주류 제조장에서의 위탁 제조 허용' 등 정부의 규제 완화 덕이다. 지역적 특색이 퇴색된다는 우려가 있지만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제주지역에서 출발한 맥주가 전국적으로 유통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경쟁력 또한 제고될 것이란 믿음에서다.


제주맥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제맥주로 출발했지만 과연 지금의 제주맥주를 수제맥주 업체로 볼 수 있을까. 수제맥주는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한 제조법에 따라 만든 맥주를 말한다. 소비자들이 수제맥주를 찾는 데에는 대기업 맥주업체가 대량생산하는 천편일률적인 맛이 아닌 각 지역에서 생산하는 특색 있는 맥주를 선호하기 때문일 터다. 이제 모순이 발생한다. 그간 자기만의 맥주'DNA'를 구축해왔던 제주맥주가 대량생산하며 케파를 늘리면 과연 앞으로도 특색있는 맥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하물며 제주맥주는 설립초기 제주라는 지역적 특색을 강조했지만, 생산공장 자체도 이제는 무게축을 충주로 옮기며 제주라는 '홈그라운드'마저 버렸다.


제주맥주가 수제맥주 기업을 계속 고집하더라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케파를 키우면서 경쟁력을 제고할수 있다는 논리대로라면, 전반적인 시장규모가 커지는 것을 대기업 맥주업체들이 가만히 있을지 미지수다. 일찍이 신세계의 '데블스도어'처럼 대기업들이 참전한다면 제주맥주에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될 공산이 크다. 예상하기 어려운 소비트렌드의 변동성도 문제다. 지난해 코로나19 발발 이후 급격하게 시장이 성장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수제맥주의 위상이 지금처럼 유지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소주와 맥주같은 소비재의 경우 기존 일반 제품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업계 의견도 이를 뒷받침한다. 소주만 하더라도 과일 소주가 한때 붐을 일으켰으나 한때의 인기로 끝나며 예전 소주제품으로 돌아선 예가 대표적이다.


제주맥주는 설립이후 지난해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해만 4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장을 통해 기업성장을 도모할수 있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제주맥주 제품이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승승장구하길 누구보다 바란다. 그러나 자신들이 목표로 한 당당한 맥주업계 4위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수제맥주의 탈을 쓰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제주맥주의 '수제맥주 DNA'는 퇴색되지 않았는가. 정부 수혜를 업고 상장까지 성공적으로 흥행했으면, 이제 수제맥주기업이라는 의미에 더는 목매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혹시 흑자를 기록할때까지라면 경건하게 기다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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