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때문에 초가삼간 태울라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시 소액주주는 보호되나 M&A 시장은 위축 우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1일 08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호정 산업3부장] 대주주가 아닌 제3자가 상장기업 주식을 25% 이상 매입하려면 의무적으로 '50%+1주'를 공개매수 해야 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인수합병(M&A)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1997년 국내에 도입됐다 1년 만에 폐지된 이 제도에 대한 부활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 3일부터다. 이날 한샘의 2대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테톤캐피털파트너스가 회사 매각에 따른 소액주주만 피해보는 상황에 대해 법원(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문제제기를 한 것.


이후 광주신세계 등 지배주주의 이탈로 주가하락을 경험한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테론캐피탈파트너스의 논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의무공개매수제도가 화두로 떠오르게 됐다.


테론캐피털파트너스 등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찬성하는 쪽의 논리는 간단하다. 경영권은 오너 등 지배주주가 아닌 주주 전체의 재산에 해당하는 만큼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프리미엄을 배당처럼 가진 지분만큼 비례적으로 분배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회사 성장에 있어 무엇보다 지배주주의 경영판단이 중요하지만, 투자 등 어떠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원천에 종잣돈이 불길 바라며 투자한 소액주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찬성하는 쪽의 논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샘만 봐도 소액주주들의 십시일반 투자가 있었기에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한 성장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지난 7월 맺었던 주식매각 양해각서 내용대로 본계약이 체결되면 조창걸 명예회장 등은 보유지분(30.2%)을 주가보다 100% 높은 가격에 팔게 되는 반면, 테론캐피털파트너스 등 대다수 소액주주들은 잘해야 본전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경영권 프리미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강제 또는 의무화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국내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발맞추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


다만 지배주주의 충실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국내 법제도 하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실보다 득이 많을지 의문스럽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全)산업분야에 걸쳐 구조조정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데다, 유동성 과잉시대에 빅테크와 PE 중심으로 인수 욕구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까닭이다.


다시 말해 소액주주 권리보호라는 명분 때문에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면 인수자는 자금부담, 매도자는 가격불만으로 딜(Deal)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과적으로 M&A 시장을 위축시키는 악재가 될 수 있단 것이다. 소액주주의 권리보호도 중요하지만, M&A 창구가 막혀 2~3세가 가만히 앉아서 물려받은 회사를 망가뜨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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