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여파에 휘청이던 건설 ETF(상장지수펀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분위기다. 수급 쏠림 우려를 낳았던 현대엔지니어링 IPO(기업공개)가 철회된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예고하면서 건설 ETF 수익률이 반등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산업을 주요 투자처로 삼는 건설 ETF는 두 가지 분류로 나뉜다. 코스피에 상장된 건설업종으로 구성된 '코스피200건설'을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건설'과 KB자산운용의 'KBSTAR200 건설'이 있으며, 코스피와 코스닥을 아우른 KRX건설지수를 벤치마크(BM)로 삼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건설'이 있다.

이들 ETF는 지난달 11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의 여파로 최근 부진을 면치 못했다. KB자산운용의 KBSTAR200 건설의 수익률(NAV‧순자산가치 기준)은 지난달 10일 연초 대비 3.99%를 기록했지만, 사고 발생 나흘만(15일)에 마이너스(-) 0.13%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KBSTAR200 건설의 수익률은 내리막 길을 걸어 지난달 28일 마이너스 13.58%까지 하락했다. 사고 발생 전까지 플러스 수익률을 이어오던 TIGER200 건설 역시 지난달 27일 마이너스 14.87%을 기록했다. 

이들 ETF의 PDF(자산구성내역) 주요 종목 가운데 하나인 현대산업개발의 주가가 곤두박질 친 영향을 받았다. 실제 지난달 11일, 2만6500억원이던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지난달 27일 1만35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KODEX 건설 역시 지난달 27일 마이너스 16.52%의 저조한 수익률을 거두며 현대산업개발 붕괴 사고의 후폭풍에 시달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건설 ETF가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저점을 찍은 KBSTAR200 건설의 수익률은 이달 4일 마이너스 7.94%로 올라섰다. 또 TIGER 200건설도 지난달 27일 이후 3거래일 연속으로 수익률이 올라 이달 4일 마이너스 7.23%까지 회복했다. KODEX200 역시 4일 기준 마이너스 8.7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설 연휴를 전후로 건설 증시에 호재가 겹치면서 현대산업개발 사고의 여파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철회되면서 수급 쏠림 우려가 해소됐다. 아울러 대형사를 위주로 호실적을 예고하면서 건설업의 견고한 펀더멘탈을 입증하고 있다. 5대 건설사 중 하나인 DL이앤씨는 지난해 95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했는데, 이는 업계 최대 규모다. 또한 대우건설도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 수주인 738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광주 붕괴 사고 발생 후 시장에서 영구 퇴출돼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현대산업개발이 수도권에서 최근 4000억원 규모의 재건축을 수주하며 저력을 발휘했다"며 "오히려 반토막이 난 주가를 저가에 매수할 기회로 보는 시선도 있는 만큼 건설주들의 회복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