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사진)가 27일 단행된 신세계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재계에선 강 대표가 주도해 온 신사업 성과가 미진한 만큼, 문제를 파악해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얼만 전까지만 해도 재계는 강 대표의 퇴임에 무게를 실었다. 그가 이끈 대규모 인수합병(M&A), 이커머스 투자가 올해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준 까닭이다.

실제 올 상반기 이마트의 연결 매출은 14조15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83.1% 급감한 221억원에 그쳤다. 대형마트산업의 사양화로 개별기준 이마트 실적이 줄어든 것에 더해 강 대표 재임 기간 사들인 G마켓(前 이베이코리아), 거래량 확대에 집중한 SSG닷컴이 대규모 적자를 낸 결과다.

세간의 우려에 정 부회장은 되려 강희석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를 단행, 재계의 눈길을 끌었다. 먼저 강 대표를 연임한 데 더해 이마트와 SSG닷컴의 임원 승진인사 규모를 전년과 동일(총 15명)하게 유지했다. '신상필벌'을 적용하는 한편 기업을 이끌어 나갈 신규임원도 중용한 것이다. 

이와 함께 G마켓 소속인 이인영 지원본부장과 이정엽 마케팅본부장을 각각 SSG닷컴 운영부문총괄·영업본부장을 맡게 하는 등 이커머스사업 강화에 신경 쓰는 모습도 보였다.

재계는 이를 두고 '결자해지 인사'의 성격 아니겠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마켓(전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 신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이 강 대표이니 만큼 스스로 수익정상화에 나설 시간을 줬단 것이다. 따라서 강 대표가 향후 ▲대형마트(이마트)의 리뉴얼 효과 극대화 ▲G마켓 수익 정상화 및 거래량 확대 ▲SSG닷컴의 온전한 성장 등의 숙제를 풀어야 한단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우선 개별기준 이마트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로 꼽히고 있다. 이마트는 2017년만해도 6384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커머스업계가 유통업체의 몫을 잠식해 나간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은 2659억원으로 4년새 58.3% 감소했다.

이에 강희석 체제 하에 그로서리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점포 리뉴얼로 반등을 노렸지만 올 상반기에도 투자 지출에 따른 상각비 부담 등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여기에 금리 인상도 더해진 터라 강 대표는 예년보다 가혹해진 환경에서 이익 개선폭을 확대해야 할 입장에 놓였다.

3조5600억원을 들여 인수한 G마켓, SSG닷컴 등 이커머스사업의 수익정상화도 시급한 편이다. G마켓을 지배하는 에메랄드SPV와 SSG닷컴이 올 상반기에 낸 손실은 각각 761억원, 517억원에 달한다. 이커머스시장 재편을 목적으로 인수·설립한 회사들이 정작 이마트의 연결 순이익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들 기업은 당분간 PPA(인수가격배분)상각, 이커머스 경쟁환경 심화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업계는 강 대표가 집중하고 있는 플랫폼 공동 프로모션 등 그룹사 간 이커머스 시너지 전략이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킬 지를 관심사로 꼽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강희석 대표가 이마트, SSG닷컴 등 두 회사의 수장직을 그대로 수행하게 됐다"며 "신세계그룹이 강 대표 취임 이후 집중한 온·오프라인 통합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작업을 더욱 강화하겠단 취지로 보여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