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세계경제 복합 위기가 국내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크게 증가한 민간부채가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대희 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글로벌 대전환 시대-4대 리스크 진단 및 해법'이라는 주제로 열린 팍스넷뉴스 창립4주년기념 경영전략포럼에 연사로 나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되고 경제기초여건이 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회복세가 제약될 경우 우리 경제 회복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당시 큰 타격을 입은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냈으나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복합적인 위기가 발생하면서 회복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 

정 실장은 한국이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경제 위기에도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여 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당시에는 수출이 성장을 이끌었고, 이후에는 민간소비 등 내수 측면이 강한 흐름을 보이면서 성장의 지지대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대외건전성이 크게 개선돼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작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1997년 300% 수준이었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수준이 현재 30% 수준까지 낮아져 유동성 수준이 양호하다"며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으로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에 이르는 대외자산을 갖고 있어 민간 대응 여력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실장은 "내년 세계 국가 중 3분의 1에서 경기가 크게 하강하는 리세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며 "원자재 수급 불안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장기화하거나 중국 경기가 급락하는 경우 수출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 성장세가 제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수출 위주의 성장 전략으로 완충해 왔지만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에는 산업 생산이나 교역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며 "앞서 민간소비 개선이나 설비투자 부문에서의 기저효과,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내수 부문 성장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수출이 하락하고 물가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당시 크게 늘어난 민간부채로 인한 금융 불안정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기업부채 중에서 부동산 부문의 문제가 커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 실장은 "국내 GDP 대비 가계부채가 100%를 넘어섰고, 기업부채는 꾸준히 증가해 GDP 대비 약 120%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국고채 3년물 금리 등 시장금리가 무척 빠르게 오르고 있고, 최근 ABCP 등 채권 시장의 문제가 금융기관 부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시장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계부채의 경우 은행 대출 비중이 높아 큰 영향이 없겠지만, 기업부채는 부동산 부문에서 문제가 커질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금융 안정화를 위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을 안정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산업 구조 개편이나 기업 부실을 정비, 해소하는 차원의 정책도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