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건우 기자] 독일 헤리티지 펀드 사태가 판매사들의 투자원금 전액 반환 수순에 접어들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독일 헤리티지 펀드의 국내 6개 판매사 중 가장 많은 규모를 판매한 신한투자증권과 차순위 NH투자증권은 이날 전액 배상 결정을 내렸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전액 배상을 권고한지 한달여만이다.

올해 9월말 기준 독일 헤리티지 신탁ㆍ펀드ㆍ파생결합증권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190건에 달한다. 판매사별 건수는 ▲신한투자증권 153건 ▲NH투자증권 17건 ▲현대차증권 11건 ▲하나은행 4건 ▲우리은행 4건 ▲SK증권 1건이다.

총 판매금액은 4835억원에 달하며 판매사별 판매금액은 ▲신한투자증권 3907억원 ▲NH투자증권 243억원 ▲하나은행 233억원 ▲우리은행 223억원 ▲현대차증권 124억원 ▲SK증권 105억원 순이다.

앞서 하나은행ㆍ우리은행 등은 분조위의 전액배상 권고와 관련, 판매규모 1위인 신한투자증권의 판단을 고려해 보조를 맞추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신한투자증권은 "고객 보호, 신뢰회복 등의 기본 원칙과 법무법인의 법률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다각적인 논의를 벌인 끝에 전액 반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분쟁조정위원회의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조정안에 대해서는 불수용하기로 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라는 분조위 조정안에 대해 법리적 이견이 있어 조정안을 불수용하고, 사적 화해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며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고객 보호 취지는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적 화해를 통해 높은 수준의 고객 보호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은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일반투자자에게 원금을 전액 지급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권고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가 아닌 고객으로부터 수익증권 및 제반권리를 양수하는 사적합의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법리적 이견이 있는 만큼 분조위가 권고한 '계약 취소'는 아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가 발생함은 물론, 회사로서도 고객보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고객 중심의 경영 철학을 유지하며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원금 전액 지급을 결정했다"면서 "고객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한 뒤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매각 혹은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의 펀드다. 신한투자증권 등 6개사는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이 펀드를 판매했으나 관련 사업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2019년 6월부터 환매를 중단했다. 이들 금융사는 이 펀드가 일반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보다 위험이 높고 부동산 개발 관련 인허가 지연 및 미분양 시 원리금 상환 불확실성이 높음에도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 것처럼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