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넥스 오너가, 30배 웃돈 주고 헤텍스 지분 매입 왜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 15만원에 49% 매집, 인큐베이팅 통한 재원 확보용 전망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1일 13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넥스 홈페이지 캡처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에넥스의 오너 일가가 자회사 헤텍스의 지분 절반가량을 액면가 대비 30배 넘는 가격에 매입한 것을 두고 의아하단 반응이 나오고 있다. 헤텍스가 에넥스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자회사라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굳이 과도한 금액을 주고 지분을 매입할 필요가 있었냐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선 이에 국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 에넥스의 B2B 사업이 다시 활성화되면 헤텍스의 실적도 자연스레 개선되는 구조이니 만큼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오너 일가가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관측 중이다. 자본 확충 후 인큐베이팅을 통해 헤텍스의 경영정상화가 이뤄져 기업가치가 오르면 에넥스에 흡수합병 또는 지분 재매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까닭이다.


에넥스는 올 상반기 헤텍스의 투자주식 지분 49%를 기타특수관계자인 대주주 등에게 1억4700만원에 매각했다. 해당 주식은 박진규 에넥스 대표의 아들 박성은씨가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은씨가 헤텍스의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까닭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오너 일가가 헤텍스 지분을 막대한 웃돈을 주고 사들였단 점이다. 이 회사의 액면가액이 1주당 5000원이고, 총 발행한 주식수가 2000주인 것을 고려하면 오너 일가가 1주당 30배 높은 15만원에 매입했다.


이에 시장에선 오너 일가가 헤텍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본을 확충하는 동시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인큐베이팅에 나서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 회사 지분을 사들인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영권 승계 등을 염두하지 않았다면 에넥스 실적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 헤텍스 지분을 굳이 비싼 가격에 사들일 이유가 없었단 이유에서다.


실제 헤텍스는 2019년 1억2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20년 1억1700만원 ▲2021년 1억1700만원 ▲2022년 1억8000만원의 적자를 지속 중인데, 같은 기간 에넥스 역시 17억원→83억원→119억원→2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울러 에넥스 사업보고서에는 헤텍스에 대해 원활한 원자재 공급을 위해 수직계열화를 시현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명시해 놓았다. 즉 헤텍스를 특별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오너 일가가 선제적으로 웃돈을 주고 지분을 매집했단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에넥스 오너 일가가 헤텍스 지분을 매집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에넥스 실적이 개선되면 헤텍스 역시 반사이익을 누리는 사업 구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넥스 박진규 회장이 아직은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62세)긴 하지만 두 자녀(성은·경태 씨)가 모두 30대에 접어든 만큼 향후 경영권 승계 시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6월말 기준 박진규 회장은 에넥스 지분 22.36%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20일 종가 기준 해당 주식의 가치는 약 82억원이다. 향후 박 회장이 두 아들에게 지분을 절반씩 증여할 경우 이들이 내야 할 세금은 14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성은·경태 씨가 아직은 사회초년생이니 만큼 헤텍스를 통해 증여세 마련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에 시장은 이번 지분 매집으로 헤텍스의 자본이 확충된 만큼 이를 활용해 경영정상화는 물론, 신사업에 나서 이 회사의 기업가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로 헤텍스의 기업가치가 오르면 향후 웃돈을 받고 에넥스에 지분을 재매각 할 수도 있고, 흡수합병 시켜 지배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며 "올해 4월 헤텍스가 수입 상품 도·소매업 ▲가구판매업 ▲애완동물 및 관련 용품 도·소매업을 추가한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에넥스 측은 시장의 이러한 관측에 대해 "헤텍스가 비상장 회사라 어떠한 답변도 해줄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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