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분할 나선 ‘롯데칠성’, 주가 향방은
소비불황에 상승세 불투명…대다수 기업 악재로 작용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롯데칠성이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회사 측은 시장 및 투자자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삼성전자 등 액면분할을 단행했던 상당수 기업이 주가 상승세가 꺾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롯데칠성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발행가액 5000원을 500원으로 변경하는 10대 1 비율의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액면분할이 단행되면 이날(6일) 종가 기준 160만원인 주가가 16만원으로 낮아지는 대신 유통주식수는 10배 늘어난다. 의결권을 가진 롯데칠성 보통주 총수는 기존 79만9346주에서 799만3460주로 늘어나고,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총수는 7만7531주에서 77만5310주로 증가한다.


롯데칠성은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액면분할 관련 정관 내용을 변경한 뒤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액면분할을 계기로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고 기업의 본질적 가치 상승을 통한 주주이익 제고에도 힘쓸 계획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이번 액면분할은 롯데칠성이 1973년 6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후 46만에 처음있는 일”이라며 “유통성 확대에 따른 거래활성화 및 투자자 저변 확대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주주이익 제고에 최우선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칠성의 기대처럼 액면분할 후에도 주가상승세가 이어질지에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액면분할 후 주가 하락에 고전을 면치 못해서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액면분할 한 상장사 99곳(유가증권시장, 코스닥) 가운데 재상장 당일 주가가 하락한 곳은 절반이 넘는 55곳, 한 달 뒤에도 보합세 및 내려간 곳이 47곳에 달했다.


삼성전자를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50대 1의 비율로 액면분할을 단행, 작년 5월 4일 주당 5만3000원에 재상장 했다. 당시 시장에선 개인투자자의 접근성 증대에 따른 유동성 증가로 주가 상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5월 4일) 삼성전자의 종가는 주당 5만1900원으로 기준가보다 2.1% 하락했다. 이후 메모리 반도체 가격하락 여파로 주가가 5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지금껏 4만원 중반에 머물며 좀처럼 힘을 못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네이버도 다르지 않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15년 5월 8일 10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단행한 뒤 재상장 했는데 중국의 사드 여파로 지속적 하락세를 보인 끝에 현재(6일 종가 기준)는 주당 19만7500원을 기록, 기준가(38만8500원) 대비 반토막 났다. 네이버 역시 액면분할 첫날(2018년 10월 12일)에는 기준가보다 1000원 오른 14만2000원으로 장을 마감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라인’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6일 종가 기준 주당 13만7500억원 기록해 재상장 당시보다 2.5% 낮아진 상태다.


앞서 사례로 든 삼성전자 등의 기업은 해외발 이슈에 발목이 잡히면서 주가부양에 실패했던 것이라 내수기업인 롯데칠성과 직접적으로 맞비교할 순 없다. 다만 국내 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소비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롯데칠성의 액면분할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액면분할은 결국 거래 편의성이 목적이고, 유동성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긴 하지만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주가 상승을 이끄는 유의적인 재료는 아니다”며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이 높은 국내 종목의 특성상 롯데칠성의 액면분할 역시 개인매수세 유입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