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하회 속출, 상장 앞둔 VC ‘전전긍긍’
벤처캐피탈 주가 부진 지속…후발 주자 밸류에이션 보수적 평가 전망

[딜사이트 류석 기자]
최근 코스닥에 입성한 벤처캐피탈들이 공모가 대비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면서 예비 상장 벤처캐피탈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벤처캐피탈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보다 낮은 밸류에이션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상장 벤처캐피탈들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최대 25%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상장에 성공한 벤처캐피탈들의 낙폭이 더욱 큰 상황이다. 4차산업혁명, 블록체인 등 미래기술 관련 테마주 열풍이 잦아들면서 벤처캐피탈들의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벤처캐피탈들은 전년도 회사의 순이익에 동종업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하고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32~36배의 PER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올해 상장한 벤처캐피탈은 린드먼아시아SV인베스트먼트다. 지난 3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린드먼아시아는 지난달 5000원 초반 수준으로 감소하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상장 공모가(6500원)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장 초기 1만8000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약 3분의 1수준으로 하락한 모양새다.


SV인베스트먼트 역시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상장 첫날 잠시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계속해서 공모가(7000원)를 밑돌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7월 말 주가가 5000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5000원 초반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공모가 대비 약 20% 이상 감소한 수치다.


지난 4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나우아이비캐피탈도 공모가(8000원)를 크게 밑도는 7000원 초반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나우아이비캐피탈은 앞선 벤처캐피탈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의 PER(26.5배)을 적용해 공모가 밴드를 산정했다. 이마저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해 밴드 하단에 못 미치는 공모가를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우아이비캐피탈은 상장 첫날부터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벤처캐피탈들의 주가 부진은 회사 재무 상황이나 사업적으로 큰 악재가 없었음에도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때문에 공모 과정에서 벤처캐피탈에 대한 밸류에이션 책정이 너무 후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벤처캐피탈들은 기존 상장사의 주가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가 부진에 따른 벤처캐피탈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은 수요예측 흥행 실패 후 공모자금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한국거래소의 벤처캐피탈에 대한 상장 예비 심사도 더욱 깐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캐피탈이 상장을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공모자금 확보다. 200억원에서 300억원 규모 공모자금을 확보해 앞으로 벤처조합 결성 시 자체 출자 규모를 늘리려는 목적이다. 지금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보류하는 벤처캐피탈도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기존 상장 벤처캐피탈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던 시절 200억 규모 공모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보고 많은 벤처캐피탈들이 상장을 고려했던 것"이라며 "이처럼 공모자금 규모가 계속해서 작아진다면 상장 실효성이 없다고 느끼는 곳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냈거나 계획을 밝힌 벤처캐피탈은 네오플럭스, KTB네트워크, LB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이다. 몇몇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앞선 벤처캐피탈들보다 더욱 낮은 PER을 적용해 공모가를 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벤처캐피탈들이 과도하게 밸류에이션 욕심을 부렸던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어쩔 수 없이 후발 주자들은 공모가 산정을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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