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오리엔트, ‘갤럭시 전쟁’ 배경은
5년전부터 ‘시계’ 특허 등록 시도로 갈등

[딜사이트 박제언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Galaxy)’ 브랜드로 상표권 소송에 휘말렸다. 상대는 애플과 같은 유력 경쟁사가 아닌 국내 중소기업인 오리엔트시계다. 두 기업 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삼성전자에서 갤럭시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 4월(출시월 기준)부터다. 애플 ‘아이폰’에 대항마인 ‘갤럭시A’를 내놓으며 삼성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 시리즈가 시작됐다.


갤럭시 시리즈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스마트폰 개발에서 뒤쳐졌음에도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부문 매출도 크게 신장됐다. 매년 전체 매출의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 그만큼 삼성전자에 갤럭시 브랜드는 절대적인 존재가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승승장구에 내심 끙끙앓는 기업이 있었다. 국내 최장수 시계 브랜드 ‘갤럭시’의 상표권을 사용하는 오리엔트시계가 바로 그곳이다.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단 시계는 1984년 처음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한동안 국민 예물시계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국내 기업에서 고급시계를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도 무너뜨린 브랜드다.


다만 과거의 영광을 지금까지 유지하진 못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장이 개방되며 수많은 고급 시계 브랜드들이 몰려온 영향이 크다. 한때 600억원이상이었던 매출은 20억원대(분할된 오리엔트시계 기준)로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갤럭시 시계는 시장에서 팔렸고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나온 셈이다.


오리엔트시계는 갤럭시 브랜드에 상표권 대응을 하긴 힘들었다. 해당 제품이 시계가 아닌 휴대전화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건은 달랐다. 삼성전자가 스마트 시계 제품에 ''갤럭시 워치''라는 브랜드를 사용한 점은 오리엔트시계로서는 상표권 침해라 판단했다.


사실 국내에서 갤럭시 브랜드는 삼성그룹에서 스마트폰 외 의류 부문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정장 브랜드 갤럭시다. 당초 제일모직 패션사업부에서 1983년부터 시작된 브랜드다. 오리엔트시계의 갤럭시보다 연수로는 1년 앞선다. 이후 삼성그룹 계열사간 합병 등을 거쳐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삼성그룹은 이미 5년전부터 삼성전자가 아닌 제일모직으로 갤럭시 유사상표를 시계 관계 분류로 특허청에 등록하려 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3번의 등록 시도였다. 제일모직삼성물산이 합병한 이후에는 삼성물산삼성전자가 함께 등록 시도를 했다. 그럴 때마다 오리엔트측의 상표무효심판소송이나 이의신청으로 시계와 연관된 분류는 등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특허 등록에 일단 성공했다. 4번째 시도만에 등록할 수 있였던 셈이다. 특허청에 상품분류를 ▲손목스마트폰 ▲스마트폰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시계 ▲시계모양의 스마트폰 등의 분류코드로 등록했다. 특허청에서 새롭게 구분한 분류로 파고든 것이다.


특허청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니스국제상품분류’에 맞춰 5년에 한 번씩 판갈이를 한다. 세상에 새롭게 나오는 제품 종류를 추가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국내 특허청에서는 정기적으로 연초, 때에 따라 연중 한 차례 더 ‘상품 명칭과 류 구분에 관한 고시’를 따로 한다. 세부적으로 국내 실정에 맞추기 위함이다.


예컨대 ‘시계모양의 스마트폰’의 명칭 분류는 특허청에 2015~2016년 사이 등록됐다. ‘스마트폰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시계’ 명칭도 같은 시기 등록된 것으로 보인다.


오리엔트측은 이에 대해서도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워치’를 전자기기보다 전통적인 일반 시계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오리엔트시계의 갤럭시의 상표가 회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시계 사업을 하기도 했다. 1983년 삼성과 일본 세이코(SEIKO)가 합작해 삼성시계를 설립해 ‘돌체’라는 브랜드를 생산했다. 하지만 1998년부터는 삼성그룹과 연이 끊어졌다. 종업원지주회사로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에스더블유씨(SWC)라는 기업으로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삼성그룹은 시계 사업에서 이미 20년 전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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