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클럽 게임史]
엔씨소프트
김택진을 위한 굳건한 지배구조
넥슨과 갈등속 넷마블 구원등판…경영권 위협 탈피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6일 11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경렬 기자] 엔씨소프트가 김택진 대표를 중심으로 개발력을 한데 모은 것은 이유가 있다. 최대주주이자 대표, 최고창의력책임자(CCO)를 맡고 있는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를 외부에서 흔들 수 없는 철옹성으로 만들었다.


김택진은 엔씨소프트의 초창기부터 회사와 함께 성장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1991년 현대전자 인터넷서비스 아미넷 개발팀장으로 일하다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했다. 1998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 한국 공인지역 대표(RD)를 역임하면서 개발력을 다듬은 뒤, 같은 해 리니지를 인수해 출시했다.


엔씨소프트는 설립 후 홍승돈 전 대표가 1년간 수장을 맡았다. 홍 전 대표는 리니지 개발팀을 인수한 후 회사를 떠났고, 리니지가 출시한 첫해에 김택진 체제가 출범했다.


김택진 대표는 20년 전부터 엔씨소프트의 지분 33.67%(2000년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지난해 기준으로도 여전히 1대주주(지분 12%)에 올라있다.



김택진 대표가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지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김 대표는 2012년부터 일본법인 넥슨과 국민연금에 최대주주를 내준 적 있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을 위협받기도 했다. 


일본 넥슨과 지분거래에 나선 것은 2012년이다. 김택진 대표는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1조원씩 모아 글로벌 게임사의 경영권 인수 계획을 세웠다. 김택진 대표는 김정주 NXC 대표와 호형호제하던 사이로 친분을 바탕으로 긴밀한 협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넥슨은 김택진 대표의 엔씨소프트 지분 14.7%(321만8091주)를 총 8045억원(한 주당 25만원)에 인수했다. 당시 환율(약 1500원)을 고려하면 엔화로는 536억엔에 달했다.


김택진 대표는 당시 글로벌 게임사 인수를 통한 해외 진출을 꾀했다. 2000년대 초반 스타개발자 리차드개리엇을 영입해 FPS장르 '타블라라사'라는 게임을 출시했지만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면서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타블라라사'가 실패하면서 리차드개리엇을 내쳤고, 역으로 소송을 당하면서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글로벌 게임사 인수합병(M&A)은 성사되지 않았다. 정확한 인수기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게임 업계에서는 EA나 밸브로 보고 있는데,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았다. 인수 측에서 관심이 없었다. 협의도 집행되지 않았다"는 등 실패원인에 대한 무수한 이야기들이 나돌았다.


M&A 실패이후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관계도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을 확보한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했다. 김정주 대표는 2015년 엔씨소프트 지분 확보를 경영참여 목적으로 밝히며 공세에 나섰다. 특히 주총에서 넥슨은 전자투표제 도입, 이사파견, 실질주주명부열람 등 주주의 권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 측은 대부분 채택하지 않았다. 넥슨이 지분 15% 이상을 가진 최대주주였지만 지분 9.98%를 가진 김택진 대표가 넷마블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넥슨과의 분쟁을 끝냈다.  


당시 넷마블은 엔씨소프트가 갖고 있던 자사주 9%를 매입해 김택진 대표를 도왔다.  둘 사이에는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방어와 모바일 사업 협력 등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15%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진 넥슨은 2015년 10월 6052억원에 지분을 모두 팔았다. 매각가는 당시 환율로 643억엔에 달해 넥슨이 107억엔 가량 시세차익을 거뒀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택진 대표는 이후 주식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11.98%로 늘렸다.  


넥슨과 진행했던 프로젝트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엔씨소프트 사옥에서 김택진 대표가 개발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메이플스토리2'와 김동건 대표 체제 데브켓스튜디오의 '마비노기2아레나' 등은 협업을 중단했다.


반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서로 윈윈했다. 넷마블의 조력을 얻은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적대적 M&A를 벗어날 수 있었고, 모바일 개발 기술을 배워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출시했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IP를 빌려 '리니지2레볼루션'과 '블레이드&소울레볼루션' 등 레볼루션 시리즈를 출시했다.


국민연금 지분이 줄어들면서 김택진 대표는 2018년부터 최대주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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