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남양유업 순자산가치보다 싸게 산다
실적 악화 전 EBITDA 대비 9배…실적 반등 여지 고려한 듯
이 기사는 2021년 05월 31일 15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한앤컴퍼니가 순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남양유업을 인수키로 했다. 기존 대주주 체제에서는 지속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 거래가를 책정하는 데 상당 부분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앤컴퍼니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자금을 기반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앤코 19호 유한회사'는 지난 27일 홍원식 회장 등으로부터 남양유업 지분 52.6%를 3107억원에 매입한다는 내용의 주식 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했다. 한앤컴퍼니는 오는 8월 31일 전까지 거래 대급을 지급하고, 주식 이전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주당 거래가는 82만원이다. 계약 체결 전날의 종가(44만원)보다는 86.3% 높은 금액이다. 최근 '불가리스 사태'로 인해 남양유업 주가가 20만원대까지 곤두박질 쳤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한앤컴퍼니 측이 소위 '경영권 프리미엄'을 2배 넘게 지불하고 인수·합병(M&A)을 단행한 셈이 된다.


남양유업은 회사 규모나 식음료 업계에서의 영향력에 비해 발행 주식수가 적은 편에 속한다. 또한 홍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과반이 넘는 지분을 보유한 탓에 주식 거래량도 적은 편이었다. 이로 인해 한때 주가가 100만원 대를 넘나들며 '황제주'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리점 갑질 논란과 ▲친인척의 사생활 문제 ▲최근의 불가리스 사태까지 '3연타'를 맞으면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더니 급기야 적자 전환 하기에 이르렀다. 2019년 무렵까지만 해도 연간 500억원 대를 기록하던 EBITDA(상각전영업이익)도 지난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이는 수익성을 기반으로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현금 창출력을 중시하는 PEF 운용사들이 EBITDA 배수(EBITDA Multiple)와 같은 방법론으로는 매매가를 산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의미가 된다. 변수가 없다면 남양유업의 기업가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0에 수렴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도 된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유업계 최상위권에 자리잡아온 덕분에 곳간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8607억원에 달하고,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1140억원에 달할 정도로 유동성도 풍부했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에 주목하게 된 데에 이같은 계량적 요소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한앤컴퍼니가 제시한 보통주 주당 매수가 82만원을 전체 발행 주식수로 곱하면(Equity Value, 지분 100%의 가치) 5904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시가보다는 상당한 웃돈을 얹어 주었음에도, 통상 자기자본 내지는 순자산가치와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자본총계보다 저렴한 가격에 남양유업을 인수한다는 의미다. 


한앤컴퍼니가 책정한 남양유업 지분 100%의 가치에 순차입금을 차감한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는 48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해볼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EBITDA가 적자일 가능성이 높다 보니 EBITDA 멀티플을 산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기업가치를 단기간에 가장 크게 훼손한 요인인 지배구조 문제만 해결된다면 수년 전 수준인 500억원 대의 EBITDA는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고 가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8~9배의 EBITDA 멀티플을 적용한 셈이 된다.


업종 자체의 성장 잠재력이 크지 않은 전통적인 제조업체에 두자리 수에 육박하는 EBITDA 멀티플을 적용하는 것은 후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경우에는 시장 점유율이나 업력, 주요 제품의 브랜드 가치 등을 적용할 때 실적이 반등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한앤컴퍼니가 제시한 가격은 저렴하다는 평가가 대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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