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유증 급한 불은 껐지만…정상화는 ‘첩첩산중’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에 삼성그룹이 백기사로 나서면서 일단 시급한 불은 끄게 됐다. 하지만 1조2000억원의 대규모 유증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오히려 늘어, 이번 유증이 악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우선 증권업계는 유상증자의 실패 리스크를 줄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신사업 바이오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엔지니어링이 ‘아직 필요한 카드’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인식 하에 유증을 포함해 그룹 차원의 단기적인 지원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이 우세하다.


이승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삼성엔지니어링의 그룹 내 역할은 핵심 관계사의 공사 수행”이라며 “삼성물산이 집중하고 있는 ‘바이오로직스’ 사업이 1·2차 플랜트를 완공하고 곧 3차 플랜트(5000억원 규모)의 기공식을 예정하고 있어, 영업기밀과 기술력을 감안하면 삼성엔지니어링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은 내년 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바이오로직스의 국내 상장을 검토 중이며,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 렌플렉시스의 국내 허가 완료와 판매를 앞두고 있다.


변성진 BN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상증자 이후 재무구조 안정화에 따른 영업력 강화 효과와 함께 빠른 실적 개선을 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산적한 과제는 여전하다. 오히려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해 희석된 주식가치의 회복, 실적개선과 신뢰 회복,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신주발생에 대한 주주가치 제고 등에 따른 부담은 더 가중됐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당 가치가 크게 희석되고, 유가하락에 따른 수주감소로 실적악화가 우려돼 투자의견을 중립(Hold)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유증의 성공 키를 개인투자자와 소액주주가 쥐고 있다고 판단해, 증권사와의 인수계약에서 이례적으로 ‘2015년 4분기 당기순손실(연결기준 및 개별기준)을 기록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4분기 잠정실적 자료를 청약일 5영업일 전까지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일반공모 청약(내년 2월15~16일)과 신주 상장 예정일(내년 3월2일)이 2015년도 4분기 실적 발표와 맞물리는 만큼 부정적인 여론이 이는 것을 사전에 제거한 셈이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예전에 저가로 수주한 프로젝트들은 내년 연말이면 8% 밖에 남지 않는다며 내년 실적은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증 이후 실제 실적개선을 이루지 못하거나 추가 부실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부스럼이 악화돼 고름이 될 수 있다. 지난 3분기 손실 역시 가능성은 예측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가스, 얀부 발전, 아랍에미리트(UAE) CBDC 정유 등 주요 저수익 현장에서 1조3500억원의 공사비와 공사손실충당금이 추가로 발생한 탓에 시장의 충격이 컸다.


여전히 시장의 예측은 얼어 있다. 해외 부실을 대부분 털어냈다고 하지만 증권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에서 수주한 문제의 사업장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미청구 공사금액도 여전히 잠재 부실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향후 중동 현장에서 추가적인 손실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매출액 감소와 저수익현장의 매출 영향으로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 대부분의 평가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유증으로 자본잠식 상태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턴어라운드에 대한 신뢰도는 낮다”며 “산유국 재정문제로 플랜트 발주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해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 정상화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형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자본확충이 마무리되는 내후년까지 의미 있는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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