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 ‘입지’ 눈에 띄게 축소
박철규 체제 조직슬림화·임원 구조조정 단행…건설·상사부문과 대조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지난해 큰 폭의 조직슬림화와 임원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부문이 영업본부를 신설하고, 상사부문이 자원·생활팀을 사업부로 격상시킨 것과 대조된다. 내수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에 버팀목이던 이서현 전 사장까지 패션부문에 손을 떼면서 사내 입지가 크게 축소된 결과로 해석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작년 12월 이서현 전 사장이 갑작스레 삼성복지재단으로 적을 옮기면서 공석이 된 부문장 자리를 박철규 상품총괄 부사장이 맡게 됐다고 밝혔다. 박 부사장이 맡고 있던 상품총괄 보직을 없애고 남성복 1·2사업부를 남성복사업부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당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이서현 전 사장의 퇴진과 경영실적 악화로 외부 매각설까지 돌고 있던 상황인만큼 조직안정화 차원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으려는 선택이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도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이뤄진 조직개편으로 남성복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점 등이 감안된 결과”라며 “패션부문장 공석인 채로 장기화하면 사업계획 등에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해 조직 안정화,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내부인사인 박철규 부사장 내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9년 삼성물산 조직도를 보면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관부서 간 통합을 통한 대규모 조직슬림화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리돼 있던 인사와 경영 담당부서를 ‘지원담당’으로 통합했고, 마케팅과 홍보 부서도 ‘마케팅홍보담당’으로 개편했다. 2018년까지 존재했던 비주얼(Visual) 담당 부서는 없앴다.


부서 간 대통합이 이뤄지면서 패션부문을 지켜왔던 상당수 임원도 옷을 벗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브랜드 책임자와 경영지원부서 임원이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규모는 전체 임원의 10% 안팎으로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패션부문은 올 들어 1989년부터 30년간 운영했던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빨질레리’의 국내 라이선스 사업을 올 하반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5년 전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론칭했던 브랜드 ‘노나곤’ 사업도 중단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을 겨냥해서 내놨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상사부문은 지난해 각각 영업본부 신설, 자원·생활팀을 사업부로 격상시켰다. 일각에서 패션부문의 브랜드 철수와 조직슬림화가 단순 경영효율화 차원일 수도 있겠지만 매각을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서현 전 사장이 떠나면서 패션부문의 입지가 과거보다 많이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일단은 패션부문의 조직개편이 수익성 제고를 위한 체질개선 차원으로 보이지만 소비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올해도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둘 경우 삼성그룹 차원에서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달 1일자로 직급과 호칭을 간소화 했다. 기존 5단계였던 직급을 2단계로 조정했고 호칭도 사원부터 대리까지는 ‘선임’, 과장부터 부장까지는 ‘수석’으로 변경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어 업무효율성과 구성원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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