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분쟁 2막
박철완 "박찬구 경영권 남용, 도약 위한 변화 시급"
'조카의 난' 아닌 주주 권리 강조…"소유와 경영 분리할 것"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1일 14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사진 가운데)가 1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금호석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팍스넷뉴스)


[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전 비운의 오너일가도 아니고 삼촌과 분쟁하는 조카도 아닙니다. 조직 구성원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제 특수한 위치를 최대한 활용해 금호석유화학그룹의 도약을 이끌어 내려는 것 뿐입니다. 부디 저의 진정성이 왜곡 없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3월11일 기자회견 中)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박철완 상무가 정기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여론전에 나섰다. 이른 바 '조카의 난'으로 통칭되는 선전포고 이후 약 40여일 만에 국내 미디어와 만나 기존 경영진에 맞서 주주제안에 나서게 된 이유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 


◆ '금호리조트 인수 중단' 등 3대 선결과제 제시


1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박 상무는 "안타깝게도 일각에선 이번 주주제안을 두고 진의를 살펴보기보단 '조카의 난'이라는 한 마디로 격하시키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면서 "기업은 오너일가의 전유물이 아니고, '○○의 난'이라는 프레임으로 가볍고 단순하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자신의 삼촌인 박찬구 회장 등 현 경영진은 배임 등 경영권을 남용했고, 이사회는 이러한 위법 행위들을 제동시킬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근한 예로 2월 말 결정된 금호리조트 인수 건을 들었다. 


그는 "레저기업인 금호리조트는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금호석유화학과 어떠한 사업 연관성도 없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개연성이 없다"면서 "특히 경쟁자보다 현격히 높은 가격으로 인수를 결정했다. 정상적인 이사회와 투명한 거버넌스,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기업이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현재 이사회는 부적절한 결정을 걸러 내거나 지배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첨언했다. 


금호석유화학이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에 대해서도 견제구를 날렸다. 박 상무는 "호실적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라며 "뛰어난 성과에도 주주가치는 저평가됐고, 특히 20% 수준의 배당성향은 경쟁사 평균 50%, 글로벌 경쟁사 평균 80%를 한참 밑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적신호"라고 힐난했다. 


특히 박 상무는 "지난 십여년간 회사에 몸담으면서 최고 경영층과 소통하거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게 늘 아쉬웠다면서, 회사가 호실적을 냈을 때가 미래지향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주주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박 상무는 이날 금호석유화학그룹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선 ▲금호리조트 인수 중단 ▲저평가된 기업가치 정상화 ▲전문성·다양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거버넌스 개선 등 세 가지 과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기업가치 정상화를 위해 자사주 소각, 배당 증액, 계열사 상장, 비영업용자산 매각 등 재무전략 방안과 함께 사업전략으론 기존 석유화학 사업 강화와 함께 2차전지, 수소사업 등 미래 신규사업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박 상무는 이러한 과제들이 해결되면 5년내 시가총액 20조원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 상무의 특수관계 해소 공시 이전인 올 1월 중순 기준 금호석유화학 시총은 5조881억원이다.


◆ 5년내 시총 20조 목표…전문경영진 중심 경영 제시


박철완 상무는 이날 자리에서 장기적으로 회사의 '소유'와 '경영' 분리를 추진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사업 추진과 인수합병(M&A) 등을 맡을 외부 전문가를 전향적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을 예로 들었다.


박 상무는 "석유화학업계에서 오래 계셨던 분들이나 경영, M&A에 능한 분들을 자문역 또는 최고경영자로 모셔 기업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것"이라며 "혜안을 갖춘 전문 경영인들이 사업을 이끌고, 이사회에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가 그리고 있는 장기적 그림"이라고 말했다. 


친분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사회를 꾸리려고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문업체에 ▲글로벌 사업경험 ▲ESG ▲비대면의 일상화에 따른 디지털 경험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사외이사 후보 20명 가량을 추천받았고 그 중 가장 적합하다고 인재들을 추린 것"이라며 "기존에 접점이 있었던 분들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가장 필요한 분들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박 상무는 이번 주총 표대결에서 패하더라도 조직과 개인 최대주주로서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계속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호석유화학이 지난 50년 동안 지속 발전해왔고, 사회공헌도 할 수 있었던 것에 임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며 "향후 더 발전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게 나의 진심 어린 충정이다. 그러기 위해선 달걀이 껍질을 깨기 위해 안팎으로 노력하듯 저 뿐만 아니라 외부의 분들과 협력해서 꼭 5년 내 시총 20조원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박 상무는 올 1월 말 박찬구 회장과의 지분 공동보유와 특수관계를 해소한다고 밝히면서 경영권 분쟁 포문을 열었다. 박 상무는 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로 박 회장의 조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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