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해외 진출기]
중국 배터리, 미국 진출 막히자 EU로 선회
①유럽시장 점유율 22→34%…CATL 선두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8일 11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IRA 백서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을 해외우려기업(FEOC)으로 지정했다. FEOC로 지정된 국가의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을 사용한 경우 오는 2025년부터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유럽연합(EU)은 이 기회를 틈타 적극적으로 해외 배터리 기업 유치에 나섰다. 독일, 헝가리, 폴란드 등 주요 EU 회원국들은 배터리 기업 유치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우호적인 투자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딜사이트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일어나는 현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한 해외 주요 국가들의 배터리 생산 및 공급 현황을 분석해보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것들을 조명해봤다. 


중국 기업, 유럽 내 공장 가동 및 신설 계획. (자료=한국무역협회)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표 이후 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진출이 봉쇄되면서다. 업계에서는 유럽시장에서 아직까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중국 기업의 거친 공세에 2025년 이후 중국의 유럽 내 배터리 생산능력이 한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21년 70%에서 지난해 63%로 7%포인트(p) 줄어든 반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2021년 22%에서 지난해 34%로 12%p 늘어났다. 유럽연합(EU)은 역내 배터리 제조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을 막론하고 글로벌 배터리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 독일·헝가리·스페인·프랑스 진출


중국의 대표적인 배터리 업체 중 하나인 CATL(닝더스다이)은 북미 시장의 대안으로 유럽을 낙점했다. 지난해 12월 CATL은 첫 번째 해외 생산기지인 독일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2019년 착공한지 약 3년만이다. 해당 공장은 에르푸르트 지역에 위치해 있다.


생산능력은 14기가와트시(Gwh)로 총 18억유로(약 2조5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한 배터리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에 납품할 예정이다. CATL은 에르푸르트 지역에 6Gwh 공장을 2025년에, 10Gwh 공장은 2028년에 추가로 완공할 예정이다.


CATL은 헝가리 동부에 위치한 데브레첸에도 73억4000만유로(약 10조원)를 투자해 100Gwh 규모의 공장을 연내 착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헝가리공장에서 제조한 배터리는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BMW, 스텔란티스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 다른 중국의 배터리 업체인 고션 하이테크(Gotion High-Tech)는 지난해 6월 20Gwh 규모의 독일 괴팅겐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독일 현지 배터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고션 하이테크는 올해 9월 완공 목표로 6Gwh 공장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에스볼트(SVOLT)와 엔비전 AESC(Envision AESC)도 각각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있다. 에스볼트는 독일 라우흐하머에 32Gwh 규모 공장을 2025년 완공할 계획이다. 위버헤른에는 24Gwh 규모 공장을 2027년 준공할 예정이다.


엔비전은 프랑스 두에 지역에 9Gwh 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4년 말 완공 목표다. 해당 지역에 추가로 지을 예정인 15Gwh 공장은 2030년 완공 예정이다. 엔비전은 스페인 나발모랄 데 라 마타 지역에 20~60Gwh 공장을 설립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중국의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유럽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궈타이화롱(Guotai-Huarong)은 폴란드 드셰브니차 지역에 4만톤의 전해액 공장을 세우고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총 투자금은 11억4600만위안(약 2000억원)을 투입했다.


캡켐(Capchem)도 폴란드 시렘 지역에 4만톤 규모의 전해액 공장을 세웠다.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해당 공장에는 총 3억6000만위안(약 650억원)을 투입했다. 중국의 양극재 생산업체인 이스프링(Easpring)은 핀란드에 10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2024년 가동할 예정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CATL 비중국 시장 2위 기록


그동안 중국 내수 시장에만 주력하던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이유는 유럽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의 전기차 판매는 280만대 수준으로 오는 2030년엔 1100만대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대부분 자국 수요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만큼 시장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당초 북미 시장에 진출하려 했지만, IRA 등으로 한계에 봉착하자 유럽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CATL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0.4%에서 27.3%로 1년새 6.9%p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와 올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7%로 동일한 것과 대조적이다.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비중국시장에서 세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CATL은 테슬라 Model 3/Y를 비롯, 볼보 XC40 Recharge, 푸조 e-208, 기아 니로 등의 판매 호조로 비중국 시장 2위를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테슬라에서 촉발된 가격인하 경쟁으로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용량이 낮은 유럽을 중심으로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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