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업계 "사모펀드 규제에 변화 필요"
'기관전용'과 '일반'으로 구분 변경…일반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8일 13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pxhere.com


[딜사이트 심두보 기자] 수많은 투자자에게 조 단위의 피해를 입혔던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는 사모펀드(PEF) 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인 이들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를 집행했다. 투자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발생했고 그에 따른 큰 규모의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투자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모펀드 제도를 악용해 A 펀드의 손실을 B 펀드의 자금으로 충당했다. 기업을 인수한 뒤 자금을 횡령하기도 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도 유사하다. 이들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를 속이고 대부업체나 부실기업에 투자했다. 두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불법을 자행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기관과 유착한 혐의도 포착되고 있다.


이같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대한 사고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도 불똥이 튀었다. 사모펀드란 명칭 때문이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종사자들은 주변으로부터 위로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구조와 역할이 상당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통의 명칭을 사용하면서 불거진 일이다.


국내 사모펀드 법제는 한국형 헤지펀드라고 할 수 있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즉 PEF(Private Equity Fund)로 양분되어 있다. 두 사모펀드는 운용사, 운용 방식, 출자자, 투자자 유형 등 대부분의 주요 요소에서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4년 말 도입된 PEF는 현재까지 15년의 기간이 경과했다. 즉, 초기와 현재는 매우 다른 상황으로 변모해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프라이빗에쿼티(PE) 업계에선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에 변화를 주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구분 기준 바꾸자"


김병욱 의원이 2020년 9월 28일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사모집합투자의 구분을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의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으로 구분되어 다른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운용규제 체계를 일원화하고, 기관투자자로부터만 자금을 조달하는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를 도입하자는 의미다.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 모두 사모방식으로 자금을 모은다. 전문투자형의 경우 기관과 개인 모두가 투자자로 참여하는 반면, 경영참여형의 투자자는 모두 기관투자자다. 이 같은 차이를 반영해 좀 더 현실적인 투자자 보호와 투자 효율성 제고 방안을 도출하자는 게 개정안의 취지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연기금과 공제회, 그리고 금융기관으로만 출자자가 구성되고 있다"며 "운영사는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운영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과의 신뢰관계가 미래의 운영사의 자금조달 능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투명한 정보 공개와 불법 행위에 대한 자기 검열은 그 어느 산업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제외한 사모펀드인 일반 사모펀드의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안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중개인과 펀드의 일부 업무를 대신하는 신탁사의 투자자 보호에 대한 책임 수준을 높이고, 환매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유니콘 투자자의 95%가 해외社 "국내 PEF 역차별 해소해야"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10% 이상 취득해야 하며 이를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더불어 차입은 PEF 재산의 10% 이내까지만 가능하며, 대출은 불가능하다. 업계는 이 같은 규제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에는 ▲지분보유 의무 삭제 ▲순재산 400% 이내 차입 ▲대출 가능(단, 개인대출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다른 PEF의 고위 관계자는 "해외 PEF는 국내 PEF와 달리 운용 규제가 없다"면서 "이 때문에 국내 주요 투자 거래에 국내 PEF가 해외사에 밀리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핵심 대기업과 해외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지분 10% 이상을 투자하기 위해선 펀드 규모가 매우 커야 한다"면서 "실제 이 규정 때문에 해외 PEF가 우리나라 대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내 PEF의 해외 기업 투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제다.


일례로 우리나라에는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콘이 10여개 있는데, 이들 투자자 중 90%가 해외 투자자에 해당한다.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전 세계적인 흥행으로 기업가치가 급상승하던 크래프톤은 2020년 초 홍콩계 투자자인 힐하우스캐피탈로부터 수차례 투자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국내 PEF는 10% 이상 지분 취득 또는 이사 선임이란 법적 조건을 충족할 수 없어서 투자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국내 PEF는 채권 인수나 기업 대출이 불가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풋옵션(Put Option)에 대한 규제다. PEF는 소수 지분에 투자하며 안전장치로 지분을 제삼자에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2012년부터 'PEF의 옵션부 투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풋옵션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콜옵션과 드래그얼롱 등 다른 옵션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PEF는 하방위험을 분산해왔다.


PEF를 고객으로 둔 국내 대형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PEF 출자자나 피투자 기업이 풋옵션을 선호해도 제도적으로 막혀있다"면서 "이 때문에 PEF는 다른 방안을 모색했는데 이 같은 방식은 계약상의 허점으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투자 건이다. PEF 등 재무적 투자자는 기업상장(IPO)이 불발될 경우 대주주가 보유한 DICC 지분을 함께 팔 수 있는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 대주주는 콜옵션을 행사해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 소수지분을 되사올 수 있다. 이 같은 구조는 대주주가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란 전제가 깔려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옵션과 그 행사 과정을 두고 재무적 투자자와 두산 측은 갈등을 빚었고, 이는 긴 소송으로 귀결됐다.


PEF운용사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9월 발의된 이 개정안이 2월 정무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PEF운용사협의회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49개사(2020년 11월 기준)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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