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캡재무분석] 합병 앞둔 영진약품, 실적 ‘부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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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민 기자] 영진약품공업(이하 영진약품)이 KT&G생명과학(이하 KT&G생명) 합병 관련 세 번째 증권신고서(정정)를 내달 금융당국에 제출할 전망이다. 최대 120일이 소요되는 심사기간과 이후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 과정이 필요한 만큼 사실상 연내 합병은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 많다.

주목할 대목은 어렵게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KT&G생명의 누적된 재무 부실이 영진약품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실제 팍스넷데일리 분석 결과 합병법인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로 시작할 전망이다. 피합병법인인 KT&G생명의 적자 규모가 합병존속법인인 영진약품의 흑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합병법인 적자 가능성 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영진약품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0억원, 34억원이다. 반면 KT&G생명은 영업손실 41억3000만원, 순손실 70억원이다. 지난해 두 기업이 합병했다고 가정하면 합병 영진약품의 영업이익은 9억원으로 82% 가량 줄고, 순손익은 아예 36억원 적자로 전환하게 된다.

이런 분석은 올해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영진약품의 올 1분기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461억원, 15억원, 9억원이다. 하지만 합병 영진약품 실적은 매출액 증가가 없는 상황에서 2억원의 순손실로 전환될 전망이다. 다만 KT&G생명의 1분기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아 합병 영진약품의 영업이익은 현재로선 명확한 산출을 할 수 없다.

영진약품 내부에서도 합병 이후 실적 부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영진약품 측은 양사 합병을 위한 증권신고서 내 ‘투자위험요소’에 “KT&G생명이 2013년 61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이후 2014년 107억원, 2015년 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매년 40억원에서 50억원씩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간의 적자가 계속될 경우 합병 후 존속회사의 실적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28일 “KT&G생명은 매출 자체가 없었다”며 “양사 재무제표의 단순 합산은 금융당국의 여과 없는 기재 요청을 반영한 것이며, 회계법인과의 협의를 통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도출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악의 상황 가정은 위험의 여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실제로는 회사에 치명적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KT&G생명, 적자서 허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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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생명은 지난해(매출 12억원)를 제외하고 최근 4년여 동안 연간 매출은 5억원이 채되지 않는다.

반면 매년 경상개발비(신약 개발 등)로 50억∼60억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특히 향후에도 △미토콘드리아이상 희귀질환(임상 준비중) △당뇨 대사질환(임상 준비중) △지방간 대사질환(임상2상) △아토피치료제(허가) 등 신약 물질 연구 개발 자금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전망인 만큼 이 같은 지출 구조는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순손익은 더욱 부진하다. 아토피 치료 관련 특허권, 당뇨·비만·대사성질환 치료 관련 특허권 등 산업재산권의 무형자산 손상차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KT&G생명의 무형자산은 2013년 184억원에서 2014년 132억원, 2015년 107억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허권은 내용연수에 따라 상각을 하지만 별개로 2014년 37억원의 산업재산권 손상차손, 2015년 14억원의 손상인식이 순손실 확대를 이끌었다.

합병 후 발생할 영업권 44억원도 순손익 지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KT&G생명의 영업 및 재무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감액될 가능성(순손실 반영)이 매우 크다는 게 영진약품의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의 시각이다.

다만 회사 측은 최악의 상황은 피하기 위해 비용 통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합병이 마무리된다면 양사의 중복되는 연구개발은 조정할 계획”이라며 “우선 개발할 수 있는 신약파이프 투자는 진행하고, 향후 사업 계획은 비용 통제를 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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