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덕 본' KB금융 "계열사 시너지 높인다"
1분기 비은행 계열사 순익 기여도 77%…튼튼한 계열사 포트폴리오 '강점'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2일 14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 본점 [제공=KB금융지주]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KB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비은행 계열사들의 경쟁력이 빛을 발했다. KB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만든 덕분에 국민은행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방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그룹사 시너지 제고를 통해 비은행 계열사를 업계 선두권으로 도약시켜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2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조491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은 3895억원으로 전년동기 9315억원와 비교해 58.2% 감소했다. 반면 국민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은 8129억원으로 전년동기 6654억원 대비 22.2% 성장했다. 


◆ 비은행 계열사 순익 기여도 '30%대→77%'…국민은행 부진 상쇄


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 ELS 배상액으로 8620억원을 부담하면서 실적 악화를 겪었다. 다만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들이 고르게 성장해 국민은행 실적 부진을 상쇄하는 데 한몫했다. KB금융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중 비은행 계열사 기여도는 77%로 나타났다.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비중이 절반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비은행 기여도는 30%대 수준이었다.


주요 비은행 계열사는 두 자릿수 순이익 성장세를 보였다. KB손해보험은 292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년동기대비 15.1% 증가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통한 장기보장성 보험 판매가 늘었다"며 보험계약마진(CSM) 규모 또한 증가했다"고 밝혔다.


KB증권의 순이익은 198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8% 증가했다. 브로커리지(중개) 수수료 이익이 늘어난 데다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거래 대금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국민카드는 전년동기대비 69.9% 증가한 1391억원의 순익을 냈다. 금융자산 성장과 영업비용 효율화가 이익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KB금융 1분기 실적. (제공=KB금융)

대내외 경제환경이 악화됐던 지난해에도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들은 타 은행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와 달리 실적 감소폭이 작았다. 지난해 4대 은행지주의 비은행 부문 순익 증감률을 살펴보면 KB금융(1조3704억원)은 전년대비 3.3% 줄어든 반면 신한금융(1조3003억원)과 우리금융(10억원)은 각각 18.6%, 99.6% 감소했고, 하나금융(-250억원)은 적자전환했다.


KB금융은 유일하게 은행·증권·생명보험·손해보험·카드·저축은행 등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데다 각 계열사가 업계 선두권 경쟁력을 갖춘 점이 경쟁 은행지주와의 차별점으로 지목된다. 현재 KB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는 오랜 기간 M&A를 거쳐 완성됐는데 적극적으로 비은행 부문 인수에 나선 결과다. 2015년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20년푸르덴셜생명(KB라이프생명) 등을 인수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비은행 부문 확장에 힘입어 KB금융의 순이익은 고속성장했다. 지난 2014년 1조4007억원이던 순이익은 지난해 4조6319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 비은행 선두권 도약…M&A보다 시너지 제고 '무게'


은행지주들의 순익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는 갈수록 중요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은행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인해 홍콩H지수 ELS 사태나 상생금융 등 대규모 비용 이슈가 발생할 경우 그룹 전체 실적이 고꾸라지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익 규모의 변동성이 클수록 시장 평가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은행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대부분 은행지주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많은 비은행 매물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때마다 특정 은행지주들이 매수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비은행 계열사가 가장 약점인 우리금융은 한국포스증권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또한 최근 매물로 나온 롯데손해보험에 3대 금융지주(신한·하나·우리)가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덕에 KB금융은 M&A 시장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는 평가다.


일찌감치 M&A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춘 KB금융은 계열사들을 효율적으로 활용, KB금융의 기업가치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M&A보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갖고 있는 비은행 계열사를 활용하는 것이 리딩금융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도 선두권에 올라와 있는 국민은행 만큼이나 비은행 계열사들을 선두권으로 성장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투자운용, WM(자산관리), 보험, 글로벌 4대 영역에서도 고객과 시장의 신뢰 또한 한층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하기 전인 내정자 시절부터 M&A보다는 KB금융의 가치를 제고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비은행 계열사를 선두권으로 올리기 위해 은행 고객을 활용하겠다는 밑그림도 그렸다. 은행에만 집중돼 있는 고객을 계열사 고객으로까지 확대하기 위해 그룹 내 계열사 간 협업을 다지는 방식이다. KB금융은 지난해 그룹의 고객 멤버십 'KB스타클럽'을 개편했다. 멤버십 계열사를 은행, 증권, 손해보험, 카드, 생명보험에서 캐피탈, 저축은행 등 7개 계열사로 확대했다. 계열사끼리 중소기업 고객 전용 상품 'ONE KB 기업 패키지'도 운영한다. ONE KB 기업 패키지는 은행, 손해보험, 카드, 캐피탈, 신탁, 저축은행 등 6개 계열사와 KB손해보험의 자회사 KB헬스케어가 함께 중소기업 고객에게 대출금리 우대,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각 계열사에서 수집된 마이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KB고객데이터플랫폼'을 구축했다. KB고객데이터플랫폼은 은행, 증권, 손해보험, 카드, 캐피탈 등 5개 계열사의 금융 마이데이터를 공동 활용할 수 있는 분석 플랫폼이다. KB금융은 플랫폼 구축을 시작으로 그룹 마이데이터 분석을 고도화해 고객별 맞춤형 금융상품 제공에 활용할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은행만 이용하는 고객을 비은행 계열사 고객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며 "계열사 간 협업이 이뤄지면 고객의 편의성도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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