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2차 계약, 한화는 체결했지만 현대는 왜
K2 잔여 물량 820대…'20.5조' 먹거리, 여우의 신 포도 되나
이 기사는 2024년 04월 30일 12시 4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3월 폴란드 그드니아에 도착한 K2 전차의 모습 (제공=현대로템)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폴란드 정권 교체 후 전 정부와 타결한 방산 수출 협상은 어그러질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신정부와 최근 2차 실행 계약을 체결하며 우려를 해소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K2 전차 2차 계약을 앞둔 현대로템은 감감무소식이다. 


30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최근 폴란드 신정부와 K2 전차 2차 계약을 협상 중이지만 하반기에나 체결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반기 체결도 확실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대로템 역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계약 상대가 신정권 인사로 바뀌면서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데다, 현지 생산도 추가로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 측에서는 수출 금융 지원이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점도 계약을 이연시키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을 위한 자본금을 현행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하는 이른바 '수은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하면서 폴란드의 K-방산 수입을 촉진할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하지만 아직 기획재정부의 자본금이 투입되지 않은 데다 지원금을 5년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라 적시 대규모 자금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로템 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우리와 달리) 2차 계약을 성사한 것은 (폴란드) 전 정권과 이미 다 맺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로템은 2022년 8월 폴란드 군비청과 4조4992억원 규모의 K2 1차 계약을 맺었다. 같은 해 7월 기본 계약을 체결한 지 한 달여 만으로, 일단 긴급 소요분 180대를 납품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후 조기 혹은 적기 인도 외 후속 계약에 대한 소식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기본 계약에 의거하면 수출이 전제된 K2는 총 1000대다. 820대가 잔여 물량으로, 1차 계약액에 의거한 단순 계산으로는 20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기류는 달랐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국영 방산 그룹인 PGZ 등과 폴란드형 K2(K2 PL) 생산 및 공급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컨소시엄 이행 합의서를 체결하며 2차 계약에 속도를 내는 듯 보였다. 당시 제시된 계약 체결 목표 시점은 그 해 상반기였다.


하지만 2023년 10월 폴란드 총선이 사실상 '데드라인'으로 예정됐음에도 결국 2차 계약은 진전되지 못했다. 업계에서 폴란드의 정권 교체는 예견돼 온 리스크였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후에도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 로켓의 2차 계약을 각각 지난해 12월, 올해 4월 맺었다. 금융 지원이 조건부인 만큼 아직 불확실성은 높다는 평이지만, 걸음은 뗀 것이다. 아울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계약들 역시 현대로템처럼 현지 생산 조건을 포함한다.


업계에서는 폴란드에 있어 K2는 우선 도입 대상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폴란드로서는 K9 같은 곡사포, 사거리가 80~290km인 천무 등 원거리에서 적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가 더 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방산 업계 한 관계자는 "폴란드는 시급한 무기부터 도입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아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사국들과 사이에) 벨라루스를 끼고 있는 만큼 전차처럼 직접적인 전투를 수행할 무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어 앞선 관계자는 "전시가 임박한다면야 K2 도입을 고민하겠지만, 현 상황에서나 지리적으로 봤을 때나 (전차가) 굳이 급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루마니아의 'K-방산' 쇼핑이 임박하며, 현대로템도 유력한 수혜 대상으로 지목된다. K2는 독일 레오파르트의 '2A8' 전차와 경합 중이며, 다음 달 실사격 테스트를 받을 것으로 전해진다. 성능 평가의 사실상 마지막 단계를 앞둔 것이다. 현대로템의 경우 지난해 노르웨이에서는 2A8에 밀려 고배를 마신 뒤 루마니아 공략에 공들여 왔다. 이번 수주 목표 물량은 약 500대로 알려졌으며, 금액으로는 10조원 안팎일 전망이다.


한편 K2는 한국 육군의 주력 전차로 '흑표(블랙 팬서)'로도 불린다. 2014년부터 실전 배치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운용되는 전차 중 최상위급 기동성과 화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폴란드 수출용 K2는 국내에 전력화된 물량과 동일한 사양이다. 긴급 소요분을 충당하는 1차 사업(K2 갭 필러)과 폴란드가 원하는 사양으로 개량해 납품하는 2차 사업(K2 PL)으로 구분되는데, 지난 3월까지 1차 물량 180대 중 46대가 인도됐다. 올해까지는 38대, 내년 96대가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의 2차 계약이 최악의 경우 불발된다면 현대로템은 물론, '소부장 업체들도 호재를 놓치게 된다. '전차의 두뇌'인 사격 통제 시스템을 공급하는 한화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한화시스템은 K2 1차 물량(180대)에 대해 2574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의거한 단순 계산으로 K2 잔여 물량(820대)에 대한 계약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먹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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