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폴란드 '3차 계약'은 요원
'7조 규모' K9 자주포 308문 남아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19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9 자주포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와 2차 계약까지 마무리했으나, 7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잔여 물량에 대한 수출 계약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5일 다연장 로켓 '천무' 수출을 위한 2조2526억원 규모의 2차 실행 계약까지 맺으며 2차 계약(K9 자주포 152문, 천무 72대 등)을 매듭지었다. 폴란드 정권 교체 전 타결된 수출 협상이라 신정부 체제에서는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결국 계약을 성사시키며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이번 계약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폴란드 수출 물량은 K9 364문, 천무 290대로 확정됐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2년 폴란드 정부와 체결한 기본 계약(K9 672문, 천무 288대)에 따르면 K9 308문이 남은 상황이다. K9 2차 물량(152문)을 약 3조4475억원에 공급키로 계약한 데 의거해 단순 계산하면 무려 7조원어치다. 문제는 잔여 물량까지 수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이다.


우선 현지 생산 내용을 두고 '동상이몽'이 포착되고 있다. 폴란드는 현지 생산에 대한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으며, 3차 계약에서는 더욱 높은 수준의 현지 생산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한한 파베우 베이다 폴란드 국방부 차관은 "기술 이전을 통해 K9과 K2 전차 등 한국산 무기를 자체 생산하기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술 이전이 계약에 포함돼 있기는 해도 조립 방식 등 제한적인 수준에서 가능하지, 핵심 기술을 퍼주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천무만 해도 현지화가 꽤 이뤄진 상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구성품(발사대)을 제공하면, 폴란드는 자국 트럭에 얹는 등의 식으로 일부 국산화됐다. 또 1차 계약에서는 발사대 모듈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납품키로 했지만, 2차 계약 물량에 대해서는 모듈 부품을 공급하면 폴란드가 조립하기로 했다.


폴란드가 잠수함에 눈을 돌리고 있는 점도 지적된다. 조선 업계에 따르면 폴란드 방문단은 특히 국산 잠수함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폴란드는 해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3000톤급 잠수함 3~4척을 신규 도입하는 '오르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3조원대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이른바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차 계약 성사 배경으로 꼽히는데, 폴란드가 잠수함 도입에 무게를 실을 경우 3차 계약은 차치하고 2차 계약도 어그러질 수 있다. 2차 계약은 금융 지원이 조건부인 '미완'의 계약이기 때문이다. K9 2차 계약 물량과 천무 2차 물량은 각각 올해 6월과 11월까지 당국 간 별도의 금융 계약이 체결돼야 효력을 가진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을 위한 자본금을 현행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법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아직 기획재정부의 자본금이 투입되지 않은 데다 지원금을 5년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라 적시 대규모 자금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방산 업계 한 관계자는 "폴란드가 유럽 연합(EU)으로부터 EU국이 생산하는 무기를 도입할 것을 압박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EU는 지난달 발표한 유럽 방산 전략(EDIS)을 통해 회원국들에 오는 2030년까지 국방 조달 예산의 50% 이상을 EU 내에서 지출할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가운데 EU 의회 선거가 6월 예정돼, 집권당이 내수 경제에 도움이 되는 자국산 자주포(크랩) 도입으로 노선을 변경하며 정책 차별화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