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칼 든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
부임 전 인수 사업들 위주로 매물 추리는 중…구조조정 이어져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3일 13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제공=롯데케미칼)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롯데케미칼의 포트폴리오 재편은 사실상 석유화학 사업 '고강도 정리'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익히 알려진 파키스탄 자회사 매각 재개와 울산 공장 구조조정 외에도 다수 사업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일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기초소재 ▲첨단소재 ▲정밀화학(롯데정밀화학) ▲전지소재(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4개 사업부로 구성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소에너지'를 추가한 5개 부문으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포트폴리오 개편이 기초소재 사업부문을 축소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이훈기 대표가 컨퍼런스콜에서 "기초소재 사업부문의 자산경량화 작업에 들어가겠다"며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편하고, 남는 자원과 인력으로 고부가 신사업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어서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취급하는 기초소재 사업부문의 불황과 무관치 않다. 올 1분기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만 봐도 1353억원 가운데 96.4%에 해당하는 1304억원이 기초소재 사업부문에서 발생한 까닭이다.


사실 롯데케미칼의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은 이 대표가 부임한 지난해 말부터 예견된 수순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도 "이훈기 대표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롯데케미칼이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이 발족했다"며 "롯데가 전체적으로 위기인 만큼 (사업 처분, 구조 조정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윤곽을 그려 왔고, 현재 하나씩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현재 부임 전 인수했던 자회사 중심으로 매각 및 구조조정 대상을 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전략·신사업·기획 업무를 맡아 온 인물인 만큼, 과감하고 강도 높은 사업 정리가 전망되고 있다. 


파키스탄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파키스탄리미티드를 비롯해 한국에서는 울산 공장(PET),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합성 고무)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부분 성과가 안 좋은 사업들이다. 울산 사업장은 이미 1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페트(PET) 생산량도 줄이고 있다. 중국 합작사 롯데삼강케미칼(기초 소재) 포함 3개사는 이미 작년에 처분했다. 


롯데케미칼은 2004년 KP케미칼 인수로 획득한 울산 쪽 섬유 체인에서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여수공장 경우 나프타분해시설(NCC)과 이어진 터라 처분이 쉽지 않지만, 분리막용 폴리에틸렌(PE) 시설의 경우 철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생산량을 조절하고, 설비도 전환 중"이라며 "아로마틱(방향족) 제품 포트폴리오도 고부가 아이템으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분리막 PE 시장에서 세계 1위 업체인 대한유화의 판매량이 10만~11만톤 수준"이라며 "몇 년 전 전기차 배터리 붐이 일 당시 롯데케미칼이 거액을 투자했지만 라인당 생산 능력이 20만~30만t인 데 비해 초기 판매 물량은 2만~3만톤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법인(LC USA)과 말레이시아 법인(LC 타이탄)은 매각 대상에 제외될 전망이다. 이들 회사는 1분기 기초 소재 부문에서 각각 279억원과 736억원의 적자를 냈다. 사실상 롯데케미칼 영업손실의 75% 이상이 2개 회사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롯데케미칼이 이들 회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LC USA의 경우 전해액용 유기 용매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전환해 미국 배터리 소재 클러스터 조성의 퍼즐로 활용하기 위함이고, LC 타이탄은 이훈기 대표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이 자체 투자에 쓸 자본적 지출(CAPEX)을 실질적으로는 줄인 점도 설득력을 더한다. 이 회사가 컨퍼런스콜에서 제시한 올해 CAPEX는 약 2조8000억원이다. 2조원 규모로 전해지는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잔금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CAPEX(약 3600억원)가 포함된 수치임을 고려하면, 자체 투자는 5000억원 남짓한 규모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남은 5000억원 수준의 CAPEX는 전지소재와 수소사업에 투입될 전망이다. 올 상반기 전해액용 유기용매 생산시설, 하반기 미국 양극박 합작 공장 일부, 내년 상반기 수소 출하 센터 및 발전소 등의 기계적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투자만 해도 총 6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파키스탄 자회사 매각 외 확정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롯데케미칼의 흑자전환 시점을 올해 3분기, 이르면 2분기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내부적으로 실적 반등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이훈기 사장이 회사 주식 대규모 매입을 검토 중"이라며 "책임경영 차원이기도 하겠으나, 턴어라운드(반등)에 대한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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