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로지스틱스, 유진기업 돈 빌려 태성시스템 인수
IPO 앞두고 지분 추가 취득, 대주주 등극…보유현금 12억원, 모기업서 전액 출자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9일 10시 4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태성시스템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유진그룹 물류회사인 유진로지스틱스가 자신들의 보유현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물류 자동화 계열사인 태성시스템 최대주주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업 유진기업이 인수대금의 100%를 대신 내준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태성시스템의 기업공개(IPO)가 예고된 만큼 유진로지스틱스가 적지 않은 과실(果實)을 누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진로지스틱스, 태성시스템 최대주주 올라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진로지스틱스는 지난달 30일 계열사 로지테크홀딩스가 보유 중이던 태성시스템 주식 6만주를 207억원에 취득했다. 이에 따라 유진로지스틱스의 태성시스템 지분율은 31.6%에서 57.6%로 26%포인트 상승했으며, 지위도 2대주주에서 최대주주로 격상됐다.


이번 주식 거래에 대해 유진로지스틱스는 "지분 취득을 통한 기업가치와 경영효율성 제고"라고 설명했다. 유진로지스틱스가 매입한 주식은 태성시스템이 2021년 8월 로지테크홀딩스에 발행한 의결권 있는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일부다.


태성시스템 주주 변동. (그래픽=이동훈 기자)

앞서 유진그룹은 태성시스템이 2021년 8월 단행한 5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얻었다. 세부적으로 로지테크홀딩스가 350억원을 들여 우선주 12만7200주(63.6%)를 취득했고, 유진로지스틱스가 200억원어치의 보통주 7만2800주(36.4%)를 매입했다. 우선주 1주당 1표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했던 만큼 로지테크홀딩스는 단숨에 1대주주가 됐다.


2017년 설립된 태성시스템은 휠소터(분류 자동화 장치)와 같은 물류 자동화 설비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유진로지스틱스는 태성시스템을 활용해 물류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그렸다. 기존에 영위하던 ▲3PL(3자물류) ▲물류센터 운영 ▲건자재 물류 ▲물류시스템 사업과의 시너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모기업서 인수대금 전액 차입…IPO 앞서 선제적 지분 매입


눈길을 끄는 것은 유진로지스틱스가 모기업에 손을 벌려 태성시스템 주식을 사들였다는 점이다. 유진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2만원에 불과하다. 단기투자상품 등을 모두 포함하더라도 가용 가능한 현금은 12억원을 밑돈다.


매출의 경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수익성은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은 9.1% 증가한 242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며 20억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0.8%에 그쳤다.


이렇듯 현금 사정이 빠듯하다 보니 유진로지스틱스는 유진기업에서 주식 매입대금 전액을 빌렸다. 차입기간은 내년 4월29일까지 1년 동안이며, 이자율은 5.2%다. 이 기간 지불해야 할 이자는 지난해 말 보유 현금 규모와 유사한 약 11억원이다.


유진로지스틱스가 무리해서까지 태성시스템 지분 확대에 열을 올리는 주된 요인으로는 IPO가 꼽힌다. 내년께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성시스템은 주식을 많이 보유할수록 유진로지스틱스와 유진기업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태성시스템 지분을 처음 매입할 당시부터 IPO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이번 지분 취득은 연장선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외 물류업계 전반에서 자동화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태성시스템의 실적 추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실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태성시스템의 매출 성장률은 30.4%로 나타났으며, 영업이익률의 경우 20.6%로 집계됐다. 통상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6%대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두드러지는 숫자다.


◆오너 3세 유석훈 사장, 경영능력 입증 기회


태성시스템 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유진그룹 오너 3세인 유석훈 사장의 승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경영승계를 준비 중인 유 사장이 태성시스템 인수를 통해 경영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1982년생인 유 사장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유진그룹 창업주인 유재필 명예회장의 손자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경영컨설팅 업체인 AT커니 등을 거쳤다. 2014년 유진기업 부장으로 입사하며 경영 수업을 시작한 유 사장은 그룹 헤드쿼터격인 사무국(경영지원실)에서 사업전략을 이끌며 신사업을 주도해 왔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하지만 경영 능력을 보여줄 만한 실적은 충분하지 않다. 유 사장은 지난 2020년 추진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서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에 밀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지 못했다. YTN 인수의 경우 유 사장이 주도했지만 성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유 사장은 지난해 말 1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경영혁신부문을 이끌고 있다. 그가 입사 10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배경에는 경영권 승계 시점이 머지 않았다고 해석되는 만큼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물류사는 물론 배송 사업을 육성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물류 자동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만큼 태성시스템의 성장성에 이견이 없다"며 "IPO도 무난하게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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