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기차 전성시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컴퓨터처럼 끊임없이 단점 보완···다운사이클에 배터리산업 위축될 필요 없어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1일 08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 (자료=국립중앙박물관)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지난 1946년 완성된 최초의 대형 전자식 디지털 컴퓨터 에니악(ENIAC)은 높이 5.5m, 길이 24.5m에 무게만 30톤(t)에 달했다. 진공관 1만8000여개가 사용된 탓에 방 1개를 차지할 만큼 거대한 컴퓨터였지만 그 성능은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은 물론, 1990년대의 휴대용 계산기보다 못했다. 


제작비용도 많이 들었다. 에니악의 제작비용은 1946년 기준 50만달러에 달하는데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650만달러(86억원)에 달한다. 에니악을 구동하는데 필요한 전기는 170킬로와트(kW). 이는 전자레인지 170대를 동시에 사용하는 양이다. 


최근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배터리 재고가 늘어나면서 일각에서 배터리 산업의 공급과잉, 수요둔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만 해도 올해 전체 배터리 생산능력이 1500GWh(기가와트시)에 이르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국의 연간 배터리 수요는 600GWh에 그칠 전망이다. 수요의 2배에 달하는 생산 물량이 나온다.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의 단점은 뚜렷하다. 긴 충전시간, 제한된 주행거리, 무거운 차체 등등. 배터리 업계는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높이는데 개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값비싼 원료를 제하고 저렴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한 배터리 전문가는 "내연기관차의 경우 연료 탱크를 최대로 채웠을 때 최대 1000km까지 가는데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400km에 불과하다"며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거리를 늘리고 안정성을 잡는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아직 배터리의 소형·경량화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설명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만큼의 안정성과 주행거리가 갖춰지고 무선충전이 가능한 시대가 오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길게 보면 배터리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1996년 나온 제너럴모터스(GM)사의 1세대 EV1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최고 128km/h의 속도를 냈으며 2008년에 출시된 최초의 양산형 전기 스포츠카 테슬라 로드스터의 최고 시속은 209km, 한번 충전으로 약 400km를 달릴 수 있었다. 


현재 배터리 업계에서는 셀투팩(CTP) 기술, 코발트 프리 등 차세대 배터리로의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소형·경량화, 무선충전, 초고속충전 등의 기술도 계속 발전해나갈 전망이다. 손바닥 만한 배터리를 손쉽게 사서 차에 끼고 운행하거나 현재 주유시간보다 짧은 시간에 완충할 수 있는 날도 온다. 


전기차 전성시대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 일시적인 다운사이클에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사업군이기 때문이다. 생산량에 집중하던 배터리 업계는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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