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운 아이 고민하는 게임 산업
작년 상반기 게임 수출 34억 달러, 콘텐츠 대비 64%…시장·정부 관심 뒷전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7일 08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2일 오후 한국게임산업협회, 넥슨코리아, 넷마블, NHN 등 국내 게임업체 7개사와 함께 국내 게임산업 제2의 도약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제공=문화체육관광부)


[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은 썩 와닿지 않는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이 말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미울수록 더 정답게 대해야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나머지 하나는 미워하는 사람일수록 잘 대해주고 인심을 얻어야 후환이 없다는 말이다. 


어찌 됐든 미운 상대에게 더 잘해줘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미운 아이가 떡을 하나 더 받을 때 같은 자리에 있을 예쁜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떡을 하나 더 받고 싶으면 착하기만해선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 속담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다.


최근 게임업계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개발 스튜디오 단위에서 인원 감축, 구조조정 소식이 들려오더니 기업 단위에서 폐업 소식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위기론도 거론된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위기 속에서도 압도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초 발행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게임 매출은 9조3979억원으로 10.9% 감소했다. 하지만 콘텐츠 산업 전체 매출 69조3009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따지면 출판(12조5144억원), 방송(11조9980억원), 지식정보(9조9721억원), 광고(9조4567억원)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수출액으로 따지면 압도적 1위다. 같은 기간 콘텐츠 수출액 53억8597만달러 가운데 게임은 64%인 34억4601만달러를 기록했다. 한류의 중심으로 꼽히는 음악 3억8783만달러의 10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방송 2억9398만달러, 영화 2367만달러와 비교하면 게임이 핵심 콘텐츠 산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게임 업계에 대한 대우는 그렇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하소연한다. 게임 업계가 기록한 성과에 대해 시장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쌓아가고 있다. 실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해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 위메이드의 '미르 시리즈', '나이트 크로우', 넥슨의 '프라시아 전기' 등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는 산업 성장을 주도한 주요 장르 게임이지만 이른바 '리니지라이크(리니지 시리즈와 유사한 게임)'으로 치부되고 있다.


나아가 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도 마련돼 있지 않다. 게임 업계는 글로벌 진출 및 콘솔 플랫폼 확장을 위한 지원을 바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게임 제작 등 연구개발에 대한 세액 공제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내놓은 5개년(2024~2028년)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서는 제작비 지원 혜택을 찾아볼 수 없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을 통해 영화,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 제작 비용의 기본 공제율을 기존 최대 10%에서 최대 30%로 상향한 것과 비교하면 야박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자소 섞인 표현으로 게임 산업은 유일하게 정부 지원 없이 스스로 성장해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국내 게임 시장이 올해 더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게임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가 음악, 영화, 웹툰 및 웹소설 등 다른 콘텐츠와의 경쟁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업계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내 콘텐츠 산업의 명성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게임 업계에 야박하다는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예쁜 아이에게도 관심을 줄 때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기자수첩 839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