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경영 '고' or '스톱'
④델타항공 등장에 한숨 돌린 오너家…이제 다시 남매간 분쟁 국면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백기사'로 등판하면서 한진칼 경영권 분쟁 사태도 사실상 종식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CGI의 우군으로 꼽혔던 사모펀드가 관련 발표 이후 2거래일새 141억원 규모의 한진칼 지분을 팔아 치우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고, KCGI 마저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진가 경영권 갈등은 원점인 오너일가간 문제로 무게 중심이 기울고 있는 모습이다. 

◆ 이명희, 막내 딸 편 섰나…의결권 향방은?

한진그룹 오너일가 삼남매의 경영권 갈등 불씨는 故조양호 회장 생전에 후계구도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또 누구 하나 눈에 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보유 지분 규모도 엇비슷하다. 이는 곧 우호세력 확보 여부에 따라 언제든지 형제간 지분 역전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칼의 지분 2.34%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1%,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2.3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 작고한 故조양호 회장의 보유 지분(17.84%)은 별도의 유언이 없을 경우 배우자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가장 많은 5.94%를 받고, 조원태·현아·현민 삼남매는 각각 3.96%씩 상속받게 된다. 

상속 이후 지분율은 조원태 6.30%, 조현아 6.27%, 조현민 6.26%, 이명희 5.94%다. 결과적으로 이명희 전 이사장이 자녀들 중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는지에 따라 그룹 내 실권 지형도에도 변동이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이명희 전 이사장이 그룹 동일인 지정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외부미팅을 할 때 막내인 조현민 전무를 대동했다는 점에서 이 전 이사장이 조 전무를 밀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안정적인 남매경영 포석을 다지기 위해 상대적으로 내부 입지가 가장 낮은 막내 딸 편에 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진가 1세에서 2세로 넘어갈 당시에도 계열분리가 이뤄졌고, 삼남매 모두 기업 수장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역시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박사는 "현재 한진그룹 3세들은 한지붕 아래 함께 공존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면서 "계열분리만이 경영권 분쟁 해결의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열분리시 기업가치 희석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대한항공이 다른 계열사까지 먹여 살리는 현재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작용, 오너일가에 대한 우호지분을 늘리는 방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계열분리 유력시…내년 주총, 경영권 분쟁 분수령

재계에서는 현재의 한진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쪼개 각자 독립할 경우, 조원태 회장이 그룹 중심인 항공운수업과 물류업을, 조현아 전 부사장이 호텔사업을, 조현민 전무는 저가항공과 관광, 마케팅사업을 가져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우선 조 회장은 2003년 IT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을 거쳐 2004년부터 현재까지 줄곧 대한항공에서 업력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대한항공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나온 조현아 전 부사장은 호텔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땅콩 회항' 사건 전 칼호텔네트워크와 한진관광 대표 등을 맡아 그룹 내 호텔·레저사업을 담당해오기도 했다. 자연스레 호텔사업은 조 전 부사장 차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한 조현민 전무는 광고, 마케팅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첫 직장인 LG애드(현 HS애드)에서 광고업무를 맡았고, 2007년 대한항공 광고부 과장으로 입사 후 통합커뮤니케이션 광고·IMC 팀장, 전무를 지냈다. 계열사인 진에어에서도 마케팅 본부를 이끌었다. 조 전무가 진에어와 마케팅 분야를 떼갈 것으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한진 오너일가는 계열분리든, 남매경영이든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들에 대한 조기 복귀에 대한 비판 여론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한진칼 주주총회란 산도 여전하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오너일가는 주주총회 이전까지 빠른 경영 안정화를 도모, KCGI와의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커다란 숙제를 안고 있다. 

또 KCGI란 위협요인 외에도 이때까지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간 교통정리가 마무리 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조 회장은 가족들의 손에 의해 연임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내년 한진칼 주총이 한진가와 KCGI, 그리고 한진가 내부간 경영권 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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