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부산주공이 현직 임원의 500억원 규모 배임 혐의 고소 사실 공시에 거래가 정지됐다. 이 임원은 부산주공 대표가 사업성 검토 없이 부지 매입을 진행해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며 소를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사주와 일부 재무적 투자자(FI)는 거래정지 상태에서도 30억원 규모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해 눈길을 끌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산주공 임원 이모 씨는 지난달 24일 부산주공 장모 대표와 감사 3명을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율 위반(배임) 혐의로 남부지검에 고소했다. 회사는 이를 지난 11일 공시했다. 이 임원은 지난달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해임됐다. 부산주공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로 지난해 매출액 2305억원, 영업손실 64억원을 기록한 회사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으로 판단해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거래소는 다음달 3일까지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 해당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될 경우 심의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나 개선기간 부여, 거래재개 등의 후속 조치가 결정된다.

상장사에 대한 모든 횡령·배임 고소·고발이 거래정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영권 분쟁 등을 이유로 악의적 소송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횡령·배임 혐의 고소가 거래정지로 이어지는 것은 ▲회사가 자발적으로 횡령·배임 혐의 발생을 공시했거나 ▲검찰의 기소가 있었을 경우다.

회사가 자발적으로 공시하는 것은 자체적으로 횡령·배임 등에 대한 인지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혐의 성립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기소 역시 수사기관이 혐의점을 판단한 만큼 거래가 정지된다.

부산주공의 경우 회사가 배임 혐의 발생 사실을 공시했기 때문에 거래정지로 이어졌다. 특히 고소인이 고소 당시에 현직 임원이었단 점도 거래정지 결정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부산주공 관계자는 "고소장 접수 인지 후 한국거래소에 문의를 했고, 공시사항이란 안내를 받고 공시한 것"이라며 "미공시할 경우 패널티도 있기 때문에 공시를 안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소인 이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거 부산주공이 대규모 부지를 매입하면서 아무런 사업성 검토가 없었다"며 "이는 배임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장을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이한 점은 부산주공이 배임 혐의 발생으로 거래가 정지된 직후에 우리사주를 비롯한 FI들이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했다는 것이다.

부산주공은 지난 5일 부산주공 우리사주 조합(7억원), 안모씨(5억원), 주주인 노모씨(2억원) 등을 대상으로 3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운영자금 조달 목적이다. 해당 유상증자의 납입일은 지난 13일이었다. 이들은 거래정지 2거래일 후에 이 금액을 모두 정상적으로 납입했다.

부산주공의 거래정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3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투자한 것이다. 거래정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회사의 무고함을 믿었단 뜻으로 풀이된다.

부산주공은 "현재 회사에서는 횡령·배임 행위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으며, 발생금액은 고소인의 일방적으로 주장한 금액"이라며 "고소인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률대리인을 통해 강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관련 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