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롯데가 미국 시러큐스 공장의 성공적인 인수를 기념하는 현판식을 진행하는 등 롯데바이오로직스라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진행된 현판식은 미국 생산기지의 새 출발을 본격적으로 알림과 동시에, 현지 임직원들의 소속감 및 사기를 증진하고 시러큐스 지역 내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롯데 내에서도 의미가 컸다. 실제 현장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오프닝 영상을 통해 시러큐스 임직원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인사말을 전하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롯데바이오는 앞으로 추가적인 시설 투자도 단행할 계획이다. 시러큐스 공장은 총 3만 5000리터의 항체의약품 원액 생산이 가능한 시설로, 70여명의 추가 채용과 48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생산 설비 증설 및 완제의약품, 항체 약물 접합체 등 새로운 분야로 확장을 앞두고 있다. 또한 스위스 소재의 세포주 개발 전문 기업과 CDO(위탁개발) 파트너십을 구축해 CMO(위탁생산)뿐만 아니라 CDO 사업 경쟁력 또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여기에 2030년까지 총 30억달러(한화 약 3조원)를 투자해 국내 36만리터 생산 규모의 메가플랜트 3곳을 조성해 한미 양국에서 바이오 사업을 추진해나간다는 계획까지 공개했다.

이같은 롯데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새삼 대단하단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유통 강자'인 롯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제약·바이오'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단 '고정관념'이 박힌 까닭이다. 이른바 새로운 도전보다도 무모한 도전으로도 보인다. 

문득 약 3~4년전 롯데에서 7개 계열사의 온라인 쇼핑몰을 한데 묶은 '롯데온'이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선보였을 때가 뇌리를 스친다. 롯데온은 당시 국내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였던 롯데가 경기침체와 소비트렌드 변화로 인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신동빈 회장이 직접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프로젝트였다. 롯데 입장에서 약 3조원이 투입된 롯데온은 그동안의 불황을 상쇄시킬 수 있는 비장의 승부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전통적으로 특화된 오프라인 유통보다 시대적 트렌드에 맞춰 낯선 온라인 유통에 발을 디딘 결과는 처참했다. 현재까지도 시장 내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 만화 '드래곤볼'처럼 7개의 드래곤볼(계열사)을 모았는데도 소원은커녕 신룡 소환도 못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롯데라는 강력한 자부심과 브랜드파워를 갖고 있음에도 새로운 도전이 실패로 귀결된, 의외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나마 롯데 유통이란 같은 뿌리로 시작한 롯데온도 이 정도의 결과물이었다보니 완전히 다른 이종산업인 롯데바이오에 대한 업계의 우려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성 싶다. '롯데'라는 이름을 빼면 조그마한 기업중 하나일 뿐이란 관계자의 겸손한(?) 설명까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다시 롯데의 무모한, 아니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싶은 것은 왜일까. 이유는 모르겠다.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는 진부한 논란은 그만 얘기하고 싶다. 똥인지 된장인지는 찍어 먹어봐야 한다고 하지 않나. 이제는 롯데도 그만 실패할 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