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최초'와 '최고'를 향한 굳은 신념·도전 정신이 에이스침대를 만들었다."

고(故) 안유수 회장은 생전 에이스침대의 성공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그는 국내 침대 산업의 개척자로 불려왔다. 침대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63년 '에이스침대공업사'를 설립해 시장을 키워왔고, 그의 자녀들도 안 회장의 가르침 아래 더 좋은 침대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현재 국내 침대 시장의 절반가량 점유율을 가진 독보적 위치에 서있다.

안 회장은 1930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나 1951년 1·4후퇴 당시 홀로 월남했다. 그리고 이듬해 부산 미군 부대에서 잡역부 생활을 하면서 침대를 처음 경험하게 됐다. 이후 안 회장은 서울로 올라와 방송국에 기자재 납품을 시작하면서 가구점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이때 국내 가구점에 침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국내에선 침대를 만드는 곳이 없었으며 미군 부대에서 나온 걸 수리해 쓰는 정도였던 까닭이다.

이에 안 회장은 가구점을 뒤져 중고침대 하나를 구했고, 이를 직접 분해해 침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나무를 스프링 모양으로 깎고, 손에 물집이 생길 때까지 강선을 감아 보기를 수없이 반복한 후 1년여 만에 스프링을 찍어낼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안 회장은 직접 구한 중고 침대와 비슷한 형태의 침대를 만들어냈다. 오늘날 에이스·시몬스 침대의 모태인 에이스침대공업사는 이렇게 설립됐다.

에이스침대공업사 설립 이후 안 회장은 페인트 기술부 직원과 함께 경제적인 도료로 평가받는 '아미노알키드'를 개발했다. 해당 도료는 이후 우레탄 도료가 개발될 때까지 침대 프레임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단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1975년에는 금호동 공장이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전소됐다. 이 때문에 안 회장은 1976년 성수동으로 공장을 이전했고 이듬해엔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해 지금의 에이스침대 사명을 탄생시켰다. 

에이스침대로 거듭난 후 안 회장은 '최초'와 '최고'의 타이틀을 위해 노력했다. 가장 먼저 도입한 게 표준화와 품질관리다. 에이스침대는 사내 '품질관리실'이라는 부서를 신설해 '침대 품질 검사 시설'을 갖췄다. 또한 모든 업무를 표준화·문서화해 '회사 규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1978년부턴 품질 향상에 총력을 다했다. 시설 개선을 위해 서울 성수동에서 경기도 성남으로 공장을 이전했으며 같은 해부터 KS 마크 획득에 힘을 쏟았다. 덕분에 1987년엔 품질관리 1등급 업체 지정, KS 마크 인증 획득에 성공했고 1991년엔 JIS 마크를 얻었다. 이 모든 게 업계 '최초'로 일군 성과다. 

1992년엔 침대 기술의 독립화·한국화를 목표로 '에이스침대 침대공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시기 에이스침대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력을 토대로 수년간 미국의 유명 브랜드와 기술제휴를 맺고 선진기술을 흡수하기도 했다. 이 덕분에 1994년 에이스침대는 세계 최초로 ISO 9001 인증까지 받았다.

에이스침대 침대공학연구소는 미국, 일본, 독일, 스페인, 스위스 등 세계 각국에서 첨단 시험 설비들을 연구해 탄생한 했으며 2006년에는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국내 침대 업계 유일 국제 공인 시험 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에이스침대가 연구소를 통해 획득한 특허와 실용신안은 국내외 총 300여개, 총 출원은 880개 가량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도 이 시기 만들어졌다.

또다른 '최초' 기록은 생산 시스템에서 달성했다. 안 회장은 1995년 충북 음성에 업계 최초, 세계에선 두 번째로 '첨단자동생산시스템'을 도입했다. 해당 공장 생산라인은 단일 침대 공장으로는 이례적인 규모이며, 자재의 자동 품질 검사 시스템까지 갖춰 낮은 품질이나 균일하지 않은 품질 소재가 인입되면 작동이 중단되는 것이 특징이다. 

안 회장의 노력은 숫자로 증명됐다. 1984년까지만 75억원 수준이었던 에이스침대의 매출액은 1994년 709억원으로 10년 간 연평균 25%의 성장률을, 영업이익은 연평균 34%(5억원→92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자산총액 역시 10년 간 977%(52억원→560억원)이나 늘어났다. 특히 안 회장이 장남 안성호 대표에게 에이스침대를 넘겨준 2002년 당시 에이스침대(별도기준)의 매출액은 1003억원, 영업이익 148억원이었으며 자산총액은 968억원에 달했다.

안 회장은 과거 "지금의 에이스침대를 만든 건 최초와 최고를 향한 굳은 신념과 도전 정신이었다. 침대는 과학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았던 건 내 손으로 직접 강선을 꼬아가며 개발한 침대가 곧 우리나라 침대 산업의 역사가 됐기 때문이다"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에이스침대 측은 이를 언급하며 좋은 침대 만들기에 집중한 안 회장의 철학이 국민의 생활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토대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