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코스닥 상장사 소룩스와 비상장 바이오업체 아리바이오의 경영권 변동이 눈길을 끈다. 조명업체 소룩스 최대주주가 비상장사 아리바이오 경영권을 인수하고, 아리바이오 최대주주는 경영권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에 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로 보태 소룩스 경영권을 인수한다. 이 과정에서 아리바이오는 기업가치 5400억원을 인정받았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소룩스는 아리바이오 지분 9.96%를 537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아리바이오 최대주주인 정재준 대표 지분(226억원)과 성수현 전 대표 지분(277억원), 한국산업은행 지분(33억원) 등이다. 매입가격은 주당 2만4000원으로 아리바이오의 기업가치를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약 5400억원으로 계산한 것이다. 

기업가치를 평가한 곳은 이촌회계법인으로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했다. 아리바이오가 개발 중인 초기 알츠하이머 적응증 치료제 신약물질인 AR1001이 오는 2025년 미국 FDA 임상 3상을 완료하고, 2026년 FDA 판매승인을 얻으며, 2027년까지 시판된다는 가정에서 나온 가치계산이다. 

아리바이오는 지난 2017년 상장을 준비할 당시 총 기업가치 500억원을 기준으로 공모를 준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6년여만에 10배가 오른 셈이다. 당시 아리바이오는 상장을 철회했다. 앞서 아리바이오는 지난 2022년 2월 기관을 대상으로 한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서도 주당 2만7000원으로 기업가치 6000억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지분 매각 대금으로 소룩스 경영권 지분을 매입했다. 김복덕 소룩스 최대주주로부터 주식 100만주를 300억원에 인수하고, 소룩스에 1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200억원 규모 BW를 출자한다. 정 대표가 소룩스 경영권 인수에 들인 자금은 총 600억원이다. 아리바이오 지분 매각 대금에 363억원을 추가로 마련한 것이다.

다만 소룩스 경영권 인수 대금 중 일부는 아리바이오 지분을 매각한 대금이라 사실상 지분스왑이란 지적이 나온다. 소룩스 최대주주는 회사돈이 아리바이오를 통해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모양새다. 특히 소룩스는 전등을 만드는 회사로 신약개발업체인 아리바이오와 사업적 연관성이 없어,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 입장에서는 단순히 상장사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별개로 소룩스는 정 대표에게 받은 300억원 출자와 함께 아리제1호투자조합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도 발행한다. 현금만 500억원을 조달하는 셈이다.

경영권 이양도 끝났다. 소룩스는 지난달 30일 정 대표 등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데 이어, 이사회를 열고 정 대표를 소룩스 대표로 선임했다. 김복덕 대표는 사임했다.

걸림돌은 남았다. 한국거래소가 소룩스에 우회상장 여부 및 조건 충족 확인을 이유로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아리바이오의 우회상장으로 결론이 날 경우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두 회사 최대주주의 지분스왑이 한국거래소가 우회상장으로 판단하는 포괄적 주식교환 등에 해당할지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