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일랜드EP는 지난 2020년 말 투자한 차백신연구소 CB의 회수 방식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만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하일랜드EP는 당시 130억원 상당의 3년 만기 CB를 주당 8260원에 인수했다. 만기 이자율은 4%이며 상환 시 총수익률은 약 12% 수준이다. 전환가액은(8260원) 기업공개(IPO) 시 공모가액의 70% 해당하는 금액보다 낮을 경우에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21년 차백신연구소가 코스닥 시장에 IPO 할 당시만 해도 하일랜드EP의 투자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는 듯 했다. 연말이면 전환청구에 나설 수 있는데, 상장 직후 수개월 동안 주가가 1만원대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모가가 1만1000원으로 결정됨에 따라 전환가액도 7700원으로 하향조정 돼 원금 대비 약 30% 수익권에 있었다.

문제는 작년 초부터 주가가 하락세에 접어들며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주가가 장중 456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 4월 최고 6740원까지 오른 이후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현재 주가는 19일 종가 기준 4625원이다.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하일랜드EP는 약 40% 손실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하일랜드EP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차백신연구소는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회사가 상환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백신연구소는 하일랜드EP와 비슷한 시기 같은 조건으로 벤처캐피탈인 인터베스트에서도 100억원 상당의 투자를 받았다. 두 회사 모두 CB 상환을 요구한다고 가정하면 차백신연구소는 만기이자를 포함해 260억원 가량의 현금을 지출해야 한다.

차백신연구소가 지난 3월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총 560억원 수준이다. 대부분의 유동자산을 단기금융상품(504억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CB를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은 있지만, 투자금을 돌려줄 경우 유동비율이 80%까지 떨어진다. 업계에선 유동비율 200% 이상을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결국 재차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최근 투자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바이오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펀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차백신연구소가 자금 상환에 대한 부담이 있고, 하일랜드EP 입장에서도 CB 상환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만기 연장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기 시점이 비슷한 또 다른 투자사 인터베스트와 논의를 통해 동일한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