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KG할리스F&B가 작년 육가공업체인 KG프레시(구 HJF) 인수 과정에서 영업권에만 5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권은 대표적인 무형자산으로 브랜드나 원천기술, 경영권 프리미엄 등 장부에 잡히지 않는 권리금 성격의 자산이다. KG할리스F&B는 KG프레시를 종속회사로 품에 안으며 매년 대규모 감가상각비용(PPA상각비)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이에 시장에선 이 회사가 획기적으로 수익을 늘리지 않는다면 자칫 적자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 중이다.

KG할리스F&B는 작년 5월 육가공업체인 HJF 지분 100%(22만9000주)를 약 8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당시 HJF 지분 75%를 들고 있던 청오앤캑터스와 HJF 창업주인 이용욱 전 대표(지분 22.6%) 등 경영진의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HJF 최대주주였던 청오앤캑터스는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가 재무적투자자(FI)로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를 내세워 2019년 HJF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KG할리스F&B가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데는 성장이 정체된 커피프랜차이즈사업에서 벗어나 중장기 먹거리를 찾기 위한 목적이 컸다. 아울러 HJF 인수로 기존 할리스 델리와 디저트부문과 시너지도 염두에 뒀다. HJF는 1996년 설립 이후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하며 육가공사업을 본격화했다. 주요 제품은 양념육류와 함께 육류기반 가정간편식(HMR), 소스류 등이다. 이에 할리스가 자체적인 육가공과 가정간편식 생산 역량을 갖추면 충분히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HJF 인수 과정에서 무형자산인 영업권에 대한 가치를 456억원이나 상계했다는 점이다. 영업권은 권리금 성격의 자산으로 통상 기업 인수로 지급한 대가가 피인수가격의 순자산 가치보다 많을 때 생긴다. 즉 인수합병(M&A)에서 발생하는 웃돈인 셈이다. KG할리스F&B가 HJF를 총 800억원에 인수한 것을 고려하면 영업권에 지불한 금액이 절반을 상회했던 셈이다.  

이에 KG할리스F&B는 향후 영업권에 대한 대규모 감가상각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실제 이 회사의 최근 5년간 무형자산 원가를 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50~60억원 대에 그쳤지만 KG프레시를 인수한 작년 518억원까지 훌쩍 뛰었다. 여기에는 영업권 456억원이 고스란히 포함됐다.

현행 세법상 무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은 정액법 기준으로 통상 5년 동안 진행된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KG할리스F&B가 매년 영업권 감가상각비용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은 약 91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의 작년 연결 순이익이 58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작년에도 영업권 감가상각 일부가 계상되면서 이 회사의 무형자산상각비용은 2021년 7억원에서 14억원으로 두 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이 새로운 무형자산을 취득했을 때 통상적으로 5년 동안 감가상각을 진행한다"며 "KG할리스F&B의 경우 KG프레시 인수 과정에서 실질자산이 아닌 무형자산에 5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입하면서 향후 수익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KG할리스F&B는 시장의 이러한 전망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