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비보존제약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인한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서 기대를 모았던 비마약성 진통제의 출시가 사실상 지연된 데다 리베이트로 인한 과징금 철퇴까지 맞는 등 잡음을 겪고 있어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비보존제약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리베이트 행위와 관련한 과징금 3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 회사는 자사 의약품 처방을 늘리기 위해 2016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서울 소재 병의원 2곳에 약 처방에 비례한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결과 영업활동비를 영업사원에게 지급했고, 이를 리베이트 자금으로 병·의원에 전달한 후 허위 영수증으로 증빙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나타났으며, 회사 임원진 승인을 얻어 거래 개시의 대가로 선지원금을 병의원에 지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업계는 과징금 규모가 크진 않지만 비보존제약의 현 경영 상태를 감안하면 파장이 상당할 것이란 반응 일색이다. LED와 화장품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며 제약업에 대한 경쟁력 제고에 나섰으나 실적 부진에 따른 부분 자본잠식에 빠져 있을 뿐더러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는 비마약성 진통제인 오피란제린의 상용화 시기 또한 예단하기 어려워졌단 이유에서다.

실제 비보존제약은 올해 6월말 기준 자본금(1205억원)이 자본총계(1087억원) 대비 118억원 많은 상태며, 오피란제린의 경우 지난달에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위한 사전검토를 신청했다. 누적된 적자로 자본금을 까먹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 개선의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신약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보니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 자체가 내부적으로 적잖은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비보존제약은 계획대로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단 입장이다. 일단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3분기에도 우상향 기조를 이어질 테고, 오피란제린의 경우도 품목허가 일정이 정상대로 순항 중이니 만큼 이른 시일 내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비마약성 진통제 신약이 품목허가까지 진행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식약처와 논의해 사전검토를 공식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사전검토 제도를 활용하면 자료 완성도가 높아지고 미리 자료 보완에 대응할 수 있어서 품목허가 단계에서 처리기간이 단축되고 제품화를 촉진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적 부문 또한 DPP-4 억제제 계열의 시타글립틴 성분 당뇨병 치료제 '이글립틴정(25·50·100㎎)'과 '자누비포정'을 출시하며 당뇨병 치료제 라인업을 강화했고, 지난 5월 유한양행과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한 피로회복제 라라올라액 등을 앞세운 일반의약품(OTC) 사업부문의 약진으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보존제약은 공정위 처분과 관련해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해당 건이 비보존에 인수되기 이전 일이란 이유에서다. 비보존제약은 2020년 9월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을 인수해 (舊)비보존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한데 이어 지난해 비보존 헬스케어와의 합병을 통해 지금의 사명으로 재탄생 했다.

장부환 비보존제약 대표는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회사 차원에서 재발 방지 및 준법경영에 앞장서도록 하겠다"면서도 "이번 처분은 예전 이니스트바이오제약 당시 발생했던 것으로 현재의 비보존제약은 공정거래법 등 제반 준수 규정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