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우리자산운용이 오매불망하던 10위권대 하우스 등극을 앞두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계열사로서 대체투자에 특화된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품게 되면서다. 지난 2021년 미국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공모펀드 부분을 이관받은 우리자산운용은 이번에도 M&A(인수합병)가 성장의 발판이 됐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최근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의 합병안을 발표했다. 다음달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이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한다는 계획이다. 합병은 내년 1월을 목표로 존속법인이 될 우리자산운용이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흡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지난 2000년에 설립된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을 모태로 하는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은 23년여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번 합병은 비은행 부문 제고에 방점을 찍은 '임종룡호(號) 경영 플랜'의 일환이다. 올해 3월 우리금융그룹의 사령탑에 오른 임종룡 회장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과도한 은행(우리은행)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전통자산(우리자산운용)과 대체투자(우리글로벌자산운용)로 이원화 돼 있는 운용 계열사의 역량을 한 곳으로 집결시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우리자산운용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높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일원임에도 운용자산(AUM) 규모는 10위권 밖에 머물러 있다. 빅5(삼성‧미래에셋‧KB‧신한‧한화)는 물론 교보자산운용, 흥국자산운용 등 보험사 계열 하우스 보다 열세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5일 기준 우리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32조7008억원으로 3년째 11위에 랭크돼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순위를 한 단계씩 끌어올린 건 고무적인 대목이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19조1346억원의 운용자산으로 13위에 머물러 있던 우리자산운용은 이듬해 12위로 올라섰다. 2021년에는 운용자산이 3조원에 육박하며 11위로 도약했다.

이는 M&A와 더불어 ETF(상장지수펀드), TDF(타깃데이트펀드) 등 운용사의 새 먹거리가 될 신사업을 꾸준히 발굴해 나간 덕분으로 풀이된다. 실제 우리자산운용은 2020년 '우리다같이TDF' 시리즈를 선보이며 퇴직연금 라인업을 확장했다. 또 2021년에는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의 공모펀드를 인수한 데 이어 'WOORI AI ESG 액티브 ETF'로 ETF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10위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또 한 번 M&A 호재를 맞으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우리금융그룹의 청사진대로 내년 초 합병이 매듭되면 우리자산운용은 명실상부 10위 하우스가 될 걸로 기대된다.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이 보유한 5조7900억원의 자산이 이관되면 총 자산이 39조원에 근접하게 되면서다. 이는 10위인 흥국자산운용(37조7263억원)을 능가하는 규모다. 다만 9위인 교보악자산운용(45조9252억원)과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만큼 톱10 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전통자산 중심인 우리자산운용과 대체자산에 전문성을 가진 우리글로벌자산운용 합병을 통해 그룹의 운용업 경쟁력 제고가 기대된다"며 "특히 존속법인이 되는 우리자산운용은 시장순위 10위에 오르는 만큼 종합자산운용사로서의 위상이 한층 강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