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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휴머노이드'는 오직 테슬라 뿐?
우세현 기자
2023.10.05 07:00:42
인공지능 로봇 옵티머스 업그레이드의 함의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5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테슬라 옵티머스 (출처 = 테슬라 공식 유튜브)

[딜사이트 우세현 기자] 옵티머스 프라임 될까?


테슬라가 9월 24일(현지시간) 한 가지 재밌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여러 개의 블록을 색깔별로 정리하는 간단한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는데요. 이와 함께 테슬라는 "옵티머스가 이제 물건을 인공지능을 통해 분류할 수 있게 되었다"며 "뉴럴 네트워크가 처음부터 끝까지 훈련되었다"고 밝혔어요. 일론 머스크 CEO도 직접 나서서 발전이 있었다고 평가했죠.


영상을 직접 보신 분들 중에는 '이게 그렇게 대단한 성과인가?'하는 생각이 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영상을 보고 오신 분들은 '테슬라 아직 멀었네~'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는 달리기도 하고, 공중제비도 돌고 거의 파쿠르 선수같은 엄청난 운동능력을 보여주거든요. 이에 비하면 테슬라 옵티머스는 행동도 굼뜨고, 움직이는 동작도 훨씬 어색합니다. 공중제비는커녕 걷다가 넘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인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SNS 분위기만 살펴봐도 사실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는데요.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는 테슬라 로봇. 이번 업데이트에 어떤 함의가 있었기에 이토록 큰 주목을 받았는지, 나아가 이것이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에 미칠 영향까지 하나씩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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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의 아틀라스 vs 뇌지컬의 옵티머스


이번 옵티머스 업데이트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이 로봇의 모든 행동이 '자율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에요. 쉽게 말해 기계 장치를 가동하기 위해 인간의 조작이 필요가 없어졌다는 말입니다.


아직 이게 왜 큰 발전인지 모르시겠다고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과 간단히 비교해 볼게요. 이 로봇은 달릴 수도 있고, 무거운 물건도 들어 옮길 수 있고, 온갖 파쿠르 묘기도 펼칠 수 있지만, 이 모든 움직임은 사전에 인간에 의해 프로그래밍 되어야만 합니다. 로봇이 센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스스로 판단해서 이동 경로를 설정한 게 아니라는 말이죠. 즉, 수행능력은 좋지만 생각하는 힘은 없는 로봇인 것입니다. 아틀라스에도 머신 러닝을 기반으로 한 AI의 활용이 있기는 하지만, 옵티머스와 비교하면 매우 제한적인 수준이에요.


반면 옵티머스는 '물건을 정리해 줘!'라는 명령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명령이 주어지면 이 로봇은 이제 카메라를 통해 스스로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AI를 활용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을 내려요. 사람처럼 인지하고, 사람처럼 판단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휴머노이드인 셈입니다.


더 쉽게 풀어보자면, 아틀라스는 데모 영상과 환경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영상과 같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옵티머스는 스스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조작을 달리합니다. 즉, 아틀라스는 연구실을 벗어나면 할 수 있는 일이 확 줄어드는데, 옵티머스는 당장이라도 우리 집에 와서 영상과 똑같이 물건을 분류하고 정리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무지막지한 속도로 발전하는 피지컬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업데이트가 나올 때마다 늘 많은 주목을 받는 부분은 발전 속도입니다. 옵티머스는 글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거든요. 한 번 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비교해 볼게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아틀라스의 프로토타입을 처음 공개한 것은 10년 전입니다. 이후 이 로봇이 점프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4년, 야외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4년 반이 걸렸죠. 그리고 올해 1월 들어 아틀라스는 그리퍼를 활용한 사물 조작이 가능해졌습니다. 최근 영상에서의 움직임을 보면 거의 운동선수를 보고 있는 것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럽죠. 이처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테슬라 옵티머스의 발전 속도는 그야말로 '규격 외' 수준이에요.


테슬라가 로봇 사업을 출범한 것은 불과 2년 전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2021년 8월에 열린 AI 데이 이벤트에서 옵티머스를 처음 소개했어요. 당시에는 그저 로봇 코스튬을 입은 사람이 무대에 올라와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것과 함께 미래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정도에서 그쳤는데요. 불과 1년 뒤인 2022년 10월 AI 데이 행사에서 테슬라는 걸을 수 있는 프로토타입 모델을 대중 앞에서 선보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난 지금에는 거의 사람과 같이 부드러운 손가락 관절 움직임을 보이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죠. 테슬라의 로봇 기술이 어느 정도 속도로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지 체감되시나요?


물론 테슬라가 전기차 사업을 영위하면서 이전까지 기계 공학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점과, 자율주행을 연구하면서 축적한 AI 데이터를 고려하면 이 기업이 로봇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처럼 느껴집니다. 지난 5월 테슬라는 이미 상당히 정밀한 수준의 로봇 모터 기술을 구현하는 데에도 성공했어요. 이제는 이 모든 역량을 하나의 완성품으로 구축하는 일만 남았죠. 뭐 말이 쉽지 단기간에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에요.


테슬라의 AI 철학: 인간처럼 본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두고 "위험하고 반복적이거나 지루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범용 목적의, 직립보행이 가능한, 자율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한 걸음씩 목표에 다가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테슬라는 한 가지 확고한 AI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요. 외부 정보를 인식하는 제1수단으로 '카메라'를 택한 것입니다. 인간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기 위해 가장 의존하는 감각기관이 눈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개념이죠.


생각해 보면 기계가 반드시 인간처럼 '보는' 능력을 갖춰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꼭 시각 정보가 아니더라도 전파를 사용하는 레이더나, 레이저를 사용하는 라이다 등을 이용해 환경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죠. 인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보유할 수 없는 제6의 감각 기관을 기계에는 얼마든지 탑재할 수 있으니 말이에요.


레이더나 라이다는 파장이나 펄스를 쏘아 이것이 사물에 부딪혀 반사되는 정보를 수집해 외부 환경을 인식합니다. 박쥐가 초음파로 먹이를 식별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죠. 그런데 테슬라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카메라를 통해 얻은 이미지 정보만을 활용해 로봇이 공간감을 계산하게 해요.


아직은 로봇 및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센서로 기계를 조작하는 것이 더 좋은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쟁이 많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카메라를 사용하는 테슬라가 다른 어떤 기업들보다 더 '사람 같은' 로봇을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율주행으로의 확장성


테슬라의 로봇 업데이트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과도 밀접하게 연관돼있어요. 테슬라는 2022년 옵티머스의 프로토타입을 소개하며 "(옵티머스는) 기본적으로 테슬라 자동차에 탑재되는 것과 동일한 컴퓨터로 조작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는 곧 옵티머스의 발전이 곧 자율주행의 발전이요, 자율주행의 발전이 곧 옵티머스의 발전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자동차의 자율주행에 옵티머스와 동일한 방식을 사용합니다. 카메라를 통해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도조(Dojo) 슈퍼컴퓨터가 수집된 정보를 AI로 처리하는 방식이죠. 지난달 일론 머스크는 새로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 v12를 사용한 45분가량의 시험 주행을 라이브 스트리밍 했는데요. 그는 이 소프트웨어가 데이터 수집, 처리, 실제 주행까지 엔드-투-엔드로 AI에 의해 조작된다고 말했습니다. 옵티머스가 물건을 정리하기 위한 데이터 프로세싱이 전부 AI에 의해 처리된 것처럼 말이죠.


엔드-투-엔드 AI. 얼핏 들으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AI가 작업한다는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이보다 훨씬 큰 함의가 있습니다. 카메라를 사용한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키가 여기에 있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다 싶이 레이더, 라이다는 실제로 물리적인 파장 등을 쏘아내 장애물과의 거리를 '측정'합니다. 앞에 있는 사물이 얼마나 크고, 나와의 거리가 몇 미터가 되는지 등을 정확한 값으로 알 수 있죠. 날씨 등의 변수로 측정 자체가 오류가 나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그런데 카메라를 사용하는 자율주행은 이미지 정보 외에는 들어오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이외의 모든 해석은 다 '추정'을 해야 합니다. 복수의 카메라를 통해서 들어온 이미지 간의 차이, 이미지에서 비춰지는 상의 모습 등을 종합해 앞에 있는 장애물이 무엇이고, 어떤 크기이며, 나와 얼마나 먼 거리에 놓여있는지 등을 계산하는 거죠.


문제는 이렇게 되면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자동차가 주행 중 마주하는 모든 변수, 모든 이미지에 대해 사람이 일일이 주행 시나리오를 프로그래밍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인간 프로그래머가 옆에 붙어서 '이런 상황에선 브레이크를 잡아야 해', '이런 상황에선 핸들을 꺾어야 해' 하고 알고리즘을 짜는 방식으로는 자율주행의 완성이 영영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결국 AI가 스스로 운전을 학습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해요.


AI 분야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이 벽돌깨기를 하는 영상인데요. 여기서 인공지능에게 주어진 명령은 '최고 점수를 내라' 단 하나입니다. 이 인공지능은 처음에는 벽돌깨기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점수를 낼 수 있는지, 공과 막대의 관계는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게임을 시작해요. 그러다 보니 초반에는 형편없는 점수를 내기를 반복하죠.


플레이를 반복하면서 인공지능은 벽돌깨기라는 게임 자체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수백 번의 플레이 데이터가 누적된 다음에는 한 방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공을 블록 더미 위로 올리는 전략을 스스로 터득하게 돼요. 사람이 벽돌깨기라는 게임을 처음 접하고 나서 이 게임에 점차 능숙해지는 과정과 완전히 동일하죠.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인간이 전혀 개입하지 않은 채 진행됩니다.


테슬라가 말하는 엔드-투-엔드가 바로 이것입니다. 사람이 백지상태에서 운전을 배우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무수히 많은 비디오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AI가 운전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죠. 테슬라가 SNS에서 설명한 것처럼 '비디오 인, 컨트롤 아웃'. 이외의 모든 중간 과정은 생략됩니다.


물론 테슬라가 구축한 엔드-투-엔드 AI의 성능이 당장 완성형 수준은 아닐 겁니다. 또 일론 머스크가 평소에 허풍(?)을 많이 떠는 CEO라는 점을 생각하면 테슬라가 제시하는 시간표를 완전히 믿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적어도 현시점에서 완전 자율주행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 테슬라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자율주행 개발에는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 분야를 테슬라가 압도적으로 선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완성형의 자율주행을 제공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를 구매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는. 그런 선순환을 누리고 있는 것이죠.


테슬라는 올해 인베스터 데이 행사 때 도로 주행 데이터를 이미 30페타바이트(3000만 기가바이트) 넘게 확보했다고 밝혔어요. 그리고 데이터의 양이 200페타바이트를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죠. 평범한 사람이 평생 운전만 해도 얻을 수 없는 양의 경험을 테슬라의 AI는 쌓고 있는 겁니다.


결론


테슬라의 비전은 명확합니다. 시각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거대한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죠. 자율주행 자동차, 휴머노이드 모두 같은 맥락 속에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능성은 부연할 필요도 없을 만큼 명백합니다. 수많은 작업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할 수 있게 되겠죠.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는 앞으로 옵티머스를 성능이 매우 우수한 로봇으로 만들고 수백만 대를 양산할 것"이라며 "로봇 가격은 2만 달러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예요. 땅이 워낙 넓다 보니 미국인들은 자율주행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높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명절에 부모님을 뵈러 가려고 네비게이션을 찍었는데 1000km 직진 후 우회전하라는 안내가 나온다면? 운전자분들은 벌써 숨이 턱 막히실 겁니다. 테슬라에서 자율주행 업그레이드 소식이 나올 때마다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론 머스크의 비전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허황된 꿈을 꾸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될까요? 머스크는 2017년에 테드 토크에 출연해 "기술은 절대로 저절로 발전하지 않는다. 기술은 오직 많은 사람들이 정말 노력할 때에만 발전한다"고 말했는데요. 미래를 현실로 당겨오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머스크의 노력이 빛을 발할 날이 올지 저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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