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로봇' 에서 로봇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 세 가지 중 첫 번째로 제시된 항목이다. 영화 속에서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로봇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원칙에 의해 인간을 공격할 수 없도록 설계됐다. AI가 존재하는 이유는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헌신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현재 인류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 식량난, 자연재해 등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산업화와 더불어 빠른 기술 발전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퇴보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기술 발전이 촉발한 위기라면, 오히려 더욱 기술을 고도화해서 해결해야 한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미 기업들은 환경오염 문제를 AI와 로봇을 통해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는 AI를 주제로 진행되는데,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다양한 저탄소 첨단 소재와 친환경 배터리 및 기술, 로봇 솔루션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CES에서는 친환경 로봇과 첨단 소재들이 다양하게 공개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업들의 친환경 기술은 고도화되고 그 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되면 탄소배출이 급속도로 감소되고 대기, 토양, 해양 오염 수치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많은 이들이 AI를 경계하고 있다. 대다수가 챗GPT에 환호하는 한 편, 일각에서는 '너무 똑똑해지는 AI'에게 공포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말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공장에서 로봇이 근로자를 공격했다는 소식은 AI의 발전에 대한 경계심 확산에 불을 지폈다. 단순 오작동인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AI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기대와 불안이 혼재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렇지만 AI의 목적은 인류에 대한 헌신이다. 지금은 가전과 자동차 등에 적용되며 인류의 편의성을 증대하고 있지만, 먼 미래에 AI는 더 큰 헌신을 위해 개발될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같이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위기의 해결 방안은 쓰레기 줍기나 분리수거를 잘하는 등의 단편적인 행동이 아니라, 고도화된 인공지능 개발일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AI의 발전을 겁내기엔 효용성이 무궁무진하다. 

다시 아이 로봇에서 제시한 로봇 제 1원칙의 두번째 문장을 주목해보자. '부작위로써 인간이 해를 입게 둬서도 안 된다'는 것은 직접적으로 해를 미치지는 않더라도, 인간이 간접적으로 위험에 처한 상황 역시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실제 AI에 이와 같은 원칙이 적용되진 않았지만, 환경오염이라는 간접적 위험에서 벗어날 방법은 AI가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해본다. 인간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해 공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