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가 '생활밀착형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다. 주유소라는 한정된 울타리에서 벗어나 멀티섹터로 영속성을 갖추겠다는 비전을 현실화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탈(脫) 주유소'를 골자로 하는 '비전2030' 달성을 위해 향후 7년간 지속될 체질개선의 중심에는 코리빙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는 보유자산 중 하나인 안국역 앞 '현대오일뱅크 재동주유소'의 철거를 완료한 상태다. 현재는 '코리빙 프로젝트'의 파트너사인 MGRV(맹그로브)와 함께 해당 부지에 설립할 코리빙 시설의 설계를 하고 있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의 AMC(자산관리회사)를 맡고 있는 코람코투자신탁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초 코리빙 신축 인허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후 시공사 선정을 끝내고 2026년 2분기 완공을 목표로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주유소 전문 리츠에서 탈피해 생활밀착형 인프라 리츠로 체질을 개선해 나간다는 청사진의 일환이다. 지난 2020년 상장 당시 기초자산인 187개 주유소 중 20%(약 37개) 가량을 올해안으로 매각하거나 타용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8월 회사의 전신인 코람코에너지리츠를 떼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로 간판을 교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주유소에 밸류애드(Value-add·가치부가) 전략을 접목하겠다는 구상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현재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의 주유소 관련 시설이 159개인 걸 고려하면 상장 후 28개의 주유소가 매각되거나 비(非)주유소 자산으로 변경된 셈이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의 포트폴리오를 구체적으로 보면 ▲주유소(+복합시설) 159개 ▲F&B리테일(폴바셋·맥도날드 등) 5개 ▲물류센터 2개씩이다. 향후 재동주유소 부지 개발이 완료되면 주유소 1곳이 감소하고 코리빙 섹터가 새롭게 추가된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는 리테일, 물류센터, 코리빙 섹터 등을 지속적으로 늘려 2030년 무렵 전체 자산에서 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50% 수준으로 낮춘다는 복안이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가 1호 코리빙으로 재동주유소를 낙점한 것은 CBD(종로·광화문 권역) 중심이라는 입지를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실제 재동주유소는 안국역 5번 출구와 맞닿아 있어 종로, 광화문 지역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주요 임차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3곳의 궁(경복궁·덕수궁·운현궁)이 연결되는 위치에 있는 데다 인근에는 북촌한옥마을이 있어 외국인 투숙객 유입도 기대된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과거 주유소리츠로 인식되던 코람코에너지리츠가 자산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여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했다"며 "현재 추진중인 재동주유소 코리빙 개발사업과 코어오피스 등 새로운 섹터 투자를 통해 투자자의 기대를 넘어서는 성과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